서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의 유치원 10곳 중 7곳은 ‘영어 특성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사칙연산, 분수 등 초등학교 3학년 교육과정을 미리 가르치고 있는 곳도 다수인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강경숙 조국혁신당 의원과 교육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사걱세)은 서울 강남3구 유치원 103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취학 전 선행교육 실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 전체 유치원 103곳의 74.1%는 영어 특성화 프로그램을 운영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영어 특성화 프로그램은 유치원이 사교육 업체와 계약을 맺고 유료로 영어 교육을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프로그램 참여율은 △만3세 63.1%(65곳) △만4세 72.8%(75곳) △만5세 86.4%(89곳)로 연령이 증가할수록 더 높아지는 양상을 보였다. 특히 사립유치원에서의 평균 참여율(89.1%)이 국공립유치원(56.9%)보다 월등히 높았다.
사걱세는 “아동 연령이 증가할수록, 유치원 운영에 있어서 시장논리가 더 강하게 작동할 수밖에 없는 사립유치원일수록 조기영어교육의 광풍에서 벗어나기 어렵고, 이것이 유치원 교육과정 운영에 그대로 반영되고 있음을 증명한다”고 해석했다.
또 조사 대상 유치원의 49.2%는 유·초 연계교육을 실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만5세반의 경우 100% 유·초 연계교육이 진행되고 있었다. 강남구에 위치한 유치원 38곳 중 초등 선행교육과정을 운영 중인 유치원은 10곳(26%)이었으며, 3곳(8%)은 초등 선행 위험이 있는 교육과정을 운영 중인 것으로 조사됐다.
사걱세는 “유치원마다 ‘유·초 연계교육’ 용어에 대한 구체적인 이해가 달라 단순히 진학 예정인 초등학교를 방문해보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수준에 그치는 곳이 있는가하면, 초3 교육과정을 미리 당겨 가르쳐 최대 3년의 선행교육이 벌어지고 있는 곳도 다수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특히 한 사립유치원에서는 초3 1학기 때 배우는 나눗셈과 분수까지, 한글은 자음과 모음 합성, 문법(품사), 편지쓰기까지 선행교육하는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다른 사립유치원에서는 만3세 아동을 대상으로 영어는 물론 한자 교육 프로그램까지 진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걱세는 “유치원과 어린이집 교육과정의 선행교육과정 운영 여부를 전수조사 및 관리·감독해야 한다”면서 “정규교육과정 시간에 ‘유·초연계교육’이라는 이름으로 초등교육과정 선행프로그램을 둔갑시켜 한글이나 수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지 않은지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교육부는 이음학교 정책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명확히 하고, 충분한 교사연수를 통해 유아교육기관에서의 유·초연계교육에 대한 인식을 정상화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