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세브란스병원은 애니메이션 OTT 기업 ‘라프텔’을 공동 창업한 신형진 씨가 14일 원내 호흡재활센터에 3000만 원을 기부했다고 16일 밝혔다.
이번 기부금은 신 씨가 7년 동안 급여를 저축해 모은 돈으로, 중증 호흡 질환자들의 치료에 쓰일 예정이다.
병원 대회의실에서 열린 기부 행사에는 신 씨의 어머니 이원옥 여사가 참석하여 기부금을 전달했다. 구성욱 강남세브란스병원장을 비롯해 신 씨의 주치의인 강성웅 재활의학과 교수(호흡재활센터장), 이영목 강남세브란스병원 기획관리실장, 이정일 연세의료원 발전기금사무국 강남부국장 등이 참석했다. 신 씨는 건강상의 이유로 행사에는 참석하지 못했다.
신 씨는 희귀병인 선천적 척수성 근위축증(SMA) 환자다. 척수성 근위축증은 온몸의 근육이 평생에 걸쳐 서서히 퇴화하는 병이다. 점차 병이 진행되면 호흡을 담당하는 근육마저 약해져 호흡이 어려워지며, 기관 절개를 통해 인공호흡기에 의지하게 되기 때문에 일상생활이 거의 불가능해진다.
호흡 근육을 단련해 환자가 스스로 호흡하도록 돕는 ‘호흡재활치료’는 척수성 근위축증 환자의 희망이다. 호흡장애를 일으키는 증상을 완화하고 합병증 발생 가능성을 낮추며 환자가 숨을 편하게 쉴 수 있도록 돕는다. 기관 절개를 피할 수 있어 포기한 학업을 이어가거나 기업에 취직하는 환자들도 적지 않다. 강남세브란스병원 호흡재활센터 소장인 강성웅 교수가 국내 최초로 도입했다.
신 씨는 오랫동안 강남세브란스병원 호흡재활센터와 연을 맺어왔다. 온몸이 마비돼 눈동자만 움직일 수 있는 상태로 호흡재활치료를 실시해 인공호흡기 사용 시간을 줄여왔다. 결국 힘든 과정을 이겨내면서 박사과정을 수료했으며, 공동 창업으로 애니메이션 OTT 회사인 라프텔까지 일궈냈다.
신 씨는 서면을 통해 “살아오면서 많은 분의 도움을 받았다. 제가 받은 사랑을 주변에도 흘려보내는 사람이 되고 싶다. 많은 어려움이 있겠지만 호흡재활을 앞둔 다른 환우분들도 포기하지 않았으면 한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강성웅 교수는 “호흡재활이 누군가의 희망이 되고, 또 다른 희망을 키우는 상황이 감격스럽다”라며 “힘든 순간에도 포기하지 않고 역경을 이겨낸 신형진 씨의 이야기가 신경근육계 희귀난치질환을 향한 사회적 인식을 바꾸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강남세브란스병원은 2008년부터 호흡재활센터를 운영하고 있으며, 의료인 대상 워크숍과 환자 및 보호자 교육을 비롯해 어려움 속에서 학업을 이어가며 졸업을 앞둔 환우를 응원하는 ‘한국의 호킹들, 축하합니다’ 행사를 매년 개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