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너머] 에어컨 공감…"아들! 창문이랑 방문 다 닫아"

입력 2024-08-09 05:00 수정 2024-08-09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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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승길 정치경제부 기자
▲노승길 정치경제부 기자

숨이 턱턱 막히는 불볕더위가 계속된다. 에어컨 없이는 한시도 견디기 힘든 시간이 이어진다. 집 문을 열고 들어가면 거실에 있는 에어컨 리모컨 먼저 찾는다. 전원 버튼을 누르자마자 초등학생인 아들에게 창문과 방문을 닫으라고 소리친다.

혹여나 냉방비 폭탄을 맞을까 무서워 에어컨 가동을 최대한 줄이면서도 시원함은 유지하고 싶어 나오는 당연한 행동이다. 비단 기자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대부분 가정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지 싶다.

'국가적으로 전력이 모자라 블랙아웃(대정전)이 발생하는 상황은 막아야 해'라는 거창한 생각은 머릿속에 없다. 누진제의 전기 과소비 구간에 들어가 손 떨리는 전기요금 고지서를 받아들까 두려울 뿐.

▲전국 대부분 지역의 체감온도가 최고 31도까지 올라간 지난달 12일 서울 중구 명동거리 상점들이 개문냉방을 하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전국 대부분 지역의 체감온도가 최고 31도까지 올라간 지난달 12일 서울 중구 명동거리 상점들이 개문냉방을 하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허나 명동과 홍대 입구 등의 상점 밀집 지역을 가보자. 나의 이런 쪼잔함(?)이 무색하게 여러 대의 대형 에어컨을 틀면서 문을 활짝 열고 있는 상점이 대부분이다.

매년 정부와 공공기관이 '문 닫고 냉방 영업' 등 에너지절약 캠페인을 벌이고 있지만, 올해도 '개문냉방(開門冷房)' 영업은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다. 개문냉방 영업이란 상가 점포들이 에어컨을 세게 켠 채 문을 활짝 열어 놓고 영업하는 것을 말한다. 이 같은 영업행위는 법적으로 못하게 돼 있으며, 위반할 때는 과태료를 물게 된다.

상인들은 문을 열어둬야 손님을 끌 수 있다고 말한다. 문을 열고 에어컨을 틀어야 더위에 지친 손님이 시원함을 느끼고 매장 안으로 발걸음을 옮긴다는 것이다.

전기요금과 매출 사이에서 그들의 선택은 매출이다. 이런 선택이 가능한 것은 우리나라의 전기요금이 이런 선택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싸다는 데 있다. 또, 상업용 전기요금은 누진제가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도 크게 작용한다.

일반 가정에서는 전기 사용량이 많아지면 전기요금 단가 자체가 올라가는 누진제가 적용되지만 상업용은 그렇지 않다. 전기가 낭비되는 것을 알면서도 개문냉방을 계속할 수 있는 이유다.

이런 개문냉방 영업은 국가 전력 수요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최근 계속되는 폭염으로 전력 사용량이 폭증해 5일에는 93.8GW(기가와트)를 기록, 역대 여름철 최대 전력수요를 경신했다. 이에 전력의 추가 공급 여력을 나타내는 지표인 전력예비율은 2년 만에 한 자릿수로 떨어지기도 했다.

한국에너지공단이 개문냉방 영업 매장의 에너지소비 모의실험을 한 결과, 냉방에 필요한 전력량은 문을 닫고 냉방 했을 때와 비교해 약 66% 늘었다.

정부가 에너지절약 캠페인에서 항상 하는 멘트로 마무리 하자면,

"국민 한분 한분이 '문 닫고 냉방'에 동참해 국가 전력수요 감축 및 냉방 요금 절감에 함께 해주길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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