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일본의 ‘사도광산 세계유산 등재’ 유감

입력 2024-08-0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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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니가타현 사도광산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록 문제는 6월만 해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서 일본 측은 등록이 거의 어렵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일본 측이 사도광산 전체가 아니라 1603~1867년까지의 에도시대 역사 부분만 등록하면서 조선인 강제노동의 역사를 제외하려고 했고 이에 한국 측이 반대 입장을 표명했기 때문이다.

일제강점기에 조선인 노동자 약 1300명이 사도광산에서 강제노동에 시달렸다는 역사를 은폐하고 세계유산에 등재하려고 한 것은 분명히 일본 정부의 꼼수였다.

‘강제노동’ 표현 없어 불법성 은폐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록을 심사하는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이코모스)는 일본 정부에 사도광산의 전체 역사를 반영하는 등록신청을 하지 않으면 세계유산으로 등재하기 어렵다고 경고했다. 이에 일본 정부는 결국 한국 정부와 협의하여 사도광산의 전체 역사를 반영해 신청하기로 합의했다. 조선인 노동자가 강제노동으로 고생한 역사도 가까운 박물관에 전시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돌연 ‘강제노동’이라는 말을 쓰지 않는다고 한국 측과 합의해 사도광산은 21개 세계유산위원회 위원국 전원 일치로 7월 27일 세계유산으로 등재됐다.

이와 관련해 요미우리신문은 지난달 29일 한국이 사도광산의 세계유산 등재에 찬성하면서 전시 관련 한일 양국이 ‘강제노동’ 문구를 빼기로 했으며 가혹한 현장만을 소개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한국 외교부 당국자는 ‘사실무근’이라고 주장하면서 “노동문제의 표현에 대해서는 이미 2015년 군함도 등재 때 합의가 있어 이번엔 그것을 그대로 따랐다”고 해명했다. 이 말은 결국 한국 측이 조선인 강제노동의 역사를 인정하라는 말을 일본 측에 강하게 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2015년 군함도를 비롯한 조선인이 강제노동한 일곱 군데 시설을 포함한 사이트 23곳을 일본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할 때도 같은 문제가 일어났다. 그때는 ‘강제노동(forced labor)’이라는 말을 쓰지 않는 대신 ‘일을 하는 것을 강요당했다(forced to work)’라는 말을 쓰는 것으로 한일 양국이 합의했다. 일본은 당시 조선인이 강제노역을 당한 7곳에 전시관을 만들어 한국인 고난의 역사를 반영하겠다고 약속했는데 9년이 지난 현재까지 그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

한술 더 떠 2021년 4월 스가 요시히데 당시 일본 내각은 “앞으로 일제강점기 ‘강제노동’이라는 말을 사용하는 것을 금지한다”고 각의 결정했다. 조선인이 ‘강제노동’을 당했다고 하면 국제법으로 금하는 불법 노동을 일본이 조선인에게 시킨 것이 확실해진다. 그렇다면 아직도 진행 중인 한일 간 강제노동 재판에서 일본이 불리해진다. 일본 정부는 그런 상황을 우려하여 각의 결정을 한 것이다. ‘종군위안부’라는 말도 ‘위안부’로만 표현해야 한다고 동시에 결정했다. ‘종군위안부’라는 말은 일본군이 위안부를 강제적으로 연행했다는 뉘앙스가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각의 결정이란, 일본의 각료회의(한국에서는 국무회의) 결정을 뜻하는데 한번 각의 결정을 하면 일반적으로 반영구적으로 유지된다. 일제강점기의 반민주주의적 장치가 그대로 남아 있는 것이다.


‘일제강점기 불법’은 양보해선 안 돼

이런데도 다시 사도광산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시켜 준 한국 정부의 외교 태도에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결국 한국이 일본의 꼼수에 당하는 이유는 한국 측이 양보하면 안 되는 부분을 양보하기 때문이다. 2015년과 똑같이 이번에도 ‘강제노동’이라는 말을 양보했기 때문에 앞으로도 조선인 노동자는 강제노동을 당한 사람들이 아니라 단지 ‘전시 조선인 노동자’에 불과했다는 일본 측 논리를 반박하기 어렵게 됐다.

1965년 박정희 정권이 일본과 한일기본조약과 한일협정을 체결하면서 ‘일제강점기가 불법이었다’는 점을 양보하지 않은 것을 배워야 한다. 일본이 일제강점기를 합법이라 주장해도 한국의 법적 입장은 불법이라는 데서 움직이지 않았다. 여기서 시작된 한국의 정체성을 지켜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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