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검은 금요일’에 이어 ‘검은 월요일’…안전띠 맬 시간

입력 2024-08-0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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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증시가 시퍼렇게 질렸다. 어제 코스피지수는 전장 대비 234.64포인트(p) 하락한 2441.55에 마감했다. 종가 기준 사상 최대 하락 폭이다. 하락률은 8.77%다. 코스닥 시장도 전장 대비 11.3% 내린 691.28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주 출현한 ‘검은 금요일’(코스피 3.65%, 코스닥 4.2% 급락)보다 훨씬 흉험한 ‘검은 월요일’이었다.

무차별 투매의 하루였다. 대형 우량주들도 표적이 됐다. 외국인 자금 이탈 탓이 크다. 어제 하루 코스피 시장에서 순매도로 던진 현·선물 규모만 2조 원이 넘는다. 올해 기록인 5월 31일 1조3368억 원을 크게 웃돈다. 한국거래소는 전일 종가 지수 대비 8% 이상 하락한 상태가 1분간 지속돼 코스피·코스닥 거래를 20분간 중단하는 서킷브레이커를 발동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엄습한 2020년 3월 이후 처음이다.

한국만이 아니다. 일본 닛케이225 평균주가(닛케이지수)도 초토화됐다. 닛케이는 직전 거래일보다 12.4% 하락한 3만1458에 장을 마감했다. 장중 한때 4451p 폭락하며 1987년 10월 최대 낙폭 기록을 넘기도 했다. 중국, 홍콩, 대만 증시도 어두컴컴한 먹구름에 갇혔다.

검은 월요일의 일차적 원인은 미국발 경기 침체(Recession) 공포다. 2일의 검은 금요일 충격으로도 해소되지 않은 ‘R의 공포’가 주말에 추가된 악재와 만나면서 폭발력을 키웠다. 미국의 7월 고용보고서에서 실업률(4.3%)이 약 3년 만에 가장 높게 나왔고, 빅테크 실적 부진 우려는 급속히 증폭됐다. 엔비디아의 차세대 칩 양산이 연기됐다는 소식도 악재였다. ‘인공지능(AI) 거품론’이 갑자기 물을 만난 형국이다. 워런 버핏이 이끄는 버크셔해서웨이가 올해 AI 기대주인 애플 보유 지분을 절반 수준으로 줄였다는 소식도 부정적 요소였다.

R의 공포와 함께 시장 불안감을 키운 비경제적 요인들도 있다. 중동 정세가 대표적이다. 하마스 최고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 암살 사건으로 극한 대립 중인 이스라엘과 이란은 전쟁 발발 가능성을 고조시키는 ‘말 폭탄’을 주고받고 있다. 일촉즉발의 정세다. 미국과 영국, 프랑스는 레바논에 머무는 자국민에게 즉시 대피를 권고했다.

빅테크 중심으로 연쇄 폭락이 이어지는 미국 시장에선 연방준비제도(Fed)의 적극 개입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고개를 든다. 연준이 9월과 11월 기준금리를 0.5%포인트씩 인하하는 연속 ‘빅컷’을 단행할 것으로 보는 투자은행(IB)도 있다. 월가 일각에선 ‘8월 긴급 인하론’까지 나온다.

우리도 주도면밀하게 대응해야 한다. 외생변수만이 아니라 국내 위험 요인도 허다하다.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이 19주 연속 오르는 등 ‘미친 집값’이 재현될 공산이 없지 않다는 점부터 여간 불안하지 않다. 가계부채, 내수 부진 등도 심각하다. 여기에 R의 공포가 더해지면 그 끝에 뭐가 있을지 알 수 없다. 정부는 컨틴전시 플랜을 매일 점검하면서 방파제를 높이 쌓고 민생을 지켜야 한다. 안전띠를 단단히 맬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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