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불위 정권 돈풀기에 경제파탄
입법폭주·탄핵남발 巨野 오버랩돼
오늘날 인구 3000만 명 중 약 600여만 명이 빈곤을 견디다 못해 탈출하고 있는 나라가 남미의 베네수엘라다. 국경의 강을 건너고 다리를 가득 메운 탈출 행렬은 보는 이들의 가슴을 아프게 한다. 이런 베네수엘라도 한때는 남미의 부국이었다. 국제통화기금(IMF)의 1980년 국가별 1인당 국내총생산(GDP)을 보면 베네수엘라는 4671달러로 세계 37위, 5000달러였던 싱가포르 수준이었다. 2366달러의 대만, 1715달러의 한국보다 월등히 잘사는 나라였다. 남미에서는 8361달러의 아르헨티나 다음으로 잘사는 자원부국이었다. 석유매장량(2019년 말 기준)이 3038억 배럴로 전 세계에서 17.5%로, 17.2%인 사우디아라비아를 제치고 세계 1위인 자원부국이었다. 석유의존도는 수출의 95%, 재정수입의 60%를 차지할 정도로 절대적으로 높았다.
이런 베네수엘라가 곤두박질 치기 시작한 것은 1999년 차베스가 집권해 폭정를 실시하면서 부터다. 차베스는 권력을 장악하자 의회, 사법부, 선거관리위원회, 언론을 장악하고 폭정을 실시했다. 그는 1998년 12월 대통령에 당선되고 1999년 2월 취임하자 8월에는 사법부에 대한 긴급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사법비상위원회를 설치해 하급법원 판사 수백 명을 지명하거나 해고해 사법부를 완전 장악했다. 그해 12월에는 국민투표를 통해 신헌법을 제정하고 제헌의회를 장악하고 연동형비례제를 도입해 총선에서 압승해 입법부를 장악했다. 선거관리위원회는 선관위원 5명 중 4명을 친여 성향으로 임명했다.
2004년에는 ‘라디오와 TV의 사회적 책임에 관한 법률’을 제정해 정부의 미디어 검열조항을 두어 언론을 장악했다. 국가미디어를 확장하고 친정부 언론에 12배나 많은 정부 광고를 배정하는 등 언론 길들이기를 본격화했다. 그런 다음 차베스가 직접 출연하는 ‘안녕 대통령’이라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다양한 현장활동 방송을 통해 대중선동을 본격화했다. 지역 풀뿌리 조직으로 주민자치위원회를 만들어 정부에서 운영자금을 지원해 막강한 역할을 수행하도록 했다. 삼권을 모두 장악하고 선관위, 언론, 지역 풀뿌리조직까지 장악하니 가히 무소불위의 정권이 된 것이다.
경제적으로는 무상교육 무상의료 등 퍼주기식 과도한 복지로 재정과 경제가 파탄나는 결과를 초래했다. 세입 대비 사회지출이 1998년까지는 36% 내외를 지속해 왔으나 1999년 이후에는 60%대로 급증했다. 이를 대부분 석유수입으로 메워왔으나 중동전쟁이 끝나고 석유가격이 하향안정화되면서 재정과 경제가 파탄나기 시작했다. 주요 산업 국유화 등 반미 사회주의정책 강화도 경제에 타격을 주었다.
막대한 재정살포로 물가는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2018년에는 대체로 5000%, 심지어 한때는 8만 %까지 급등하기도 했다. 돈이 가치가 떨어져 거리에 휴지조각처럼 흩날리는 모습들이 언론매체에 등장하곤 했다. 이런 정도가 되니 사람들은 살 수가 없어 고국을 탈출하는 사태가 일어난 것이다. 무분별한 복지와 막대한 재정살포 그리고 이를 지지해 준 유권자들의 대가는 이처럼 참혹했다.
이런 실정에도 불구하고 행정·입법·사법부는 물론 선권위, 언론까지 장악하고 대부분의 기업도 국유화한 차베스는 무소불위로 4선까지 대통령을 한 끝에 2013년 암으로 사망하고 그 후임에 마두로가 대통령을 이어받아 지금까지 26년째 폭정을 이어오고 있다. 그 결과 베네수엘라는 국제 석유가격이 안정되기 시작한 2013년부터 1인당 소득이 하락하기 시작해 2023년에 3659달러로 1980년보다 낮은 세계 135위 최빈곤국으로 추락하고 말았다.
문제는 이 정도로 경제와 민생이 파탄났는데도 행정·입법·사법부를 장악하고 선권위 언론까지 장악한 무소불위의 정권은 견고한 난공불락이라는 점이다. 최근 여소야대 개딸 조국수호대 등을 배경으로 안하무인격으로 방탄국회 입법폭주는 물론 사법 행정까지 공격하고, 탄핵과 국정조사를 입에 달고 살며, 검찰 등 국가기관조차도 형해화하려는 일부 야당의원들의 행태를 보고 있자면 베네수엘라의 교훈을 떠올리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