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불 이후 셀러 미정산 금액 해결할 듯
티몬·위메프, 큐텐 인수에도 경영악화
구영배 자금 수혈해도…미봉책 우려
티몬·위메프의 판매자(셀러) 정산금 지연 사태가 소비자 대규모 환불로 번지며 일파만파하고 있다. 양사는 소비자 환불 조치가 일단락되면 셀러 미정산금도 해결할 예정인데, 1700억 원에 달하는 금액을 모기업 큐텐그룹을 통해 긴급수혈하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재무상태가 좋지 않은 큐텐이 단시간에 수천억원을 조달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한 상태다.
25일 이커머스업계에 따르면 위메프는 이날 새벽부터 서울 강남구 삼성동 본사 1층에서 재무팀이 직접 소비자 환불 요청을 접수받고 있다. PG사(결제대행업체)들이 카드 결제 승인과 환불을 모두 막자, 24일 밤부터 여행상품 등 구매 상품 환불을 요구하는 소비자들이 수백여명 몰린 탓이다. 위메프에 따르면 이날 오전까지 처리 완료한 환불 건은 700건이다. 애초 (상품)예약번호, 환불자명 등을 직원이 수기 확인했으나, 오후부터 QR코드 접수로 바꾸면서 환불 작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
류화현 위메프 대표이사는 이날 오후 기자들과 만나 “오늘 중 고객이 급히 원하는 환불을 완수하려 한다”면서 “(환불 접수) 방식을 다르게 해 빠르게 처리될 것 같다”고 약속했다. 위메프와 달리 티몬은 현재 오프라인에서 소비자 환불 요청을 따로 안 받고 있다. 답답한 티몬 고객들은 위메프에 대신 환불 요청을 접수 중이다.
티몬·위메프는 소비자 환불 사태가 일단락 되는대로 셀러 정산금 사태도 해결할 방침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티몬과 위메프에서 발생한 셀러 미정산액은 총 1700억 원이다. 관건은 대규모 미정산 금액을 어디서, 어떻게 수혈하는 지다. 자본잠식 상태인 티몬과 위메프는 여력이 없어, 모기업인 큐텐을 통해 자금을 수혈 받아야한다. 류 대표는 “정산 대금은 큐텐 차원에서 확보하는 중이고 큐텐, 위메프, 티몬 이렇게 그룹사 전체가 액션을 취하고 있다”며 “자금 출처나 규모 등이 확정되면 다시 업데이트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큐텐의 자금 사정이 여의치 않다. 앞서큐텐은 티몬·위메프 인수 당시 별도 자금을 투입하지 않고 지분교환 방식을 택했다. 또 작년 하반기 큐텐 소속 셀러의 정산 대금을 수개월째 지급하지 않아 논란이 일기도 했다. 싱가포르에 머물던 구영배 큐텐 대표는 현재 귀국한 상태다. 자금을 조달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류 대표는 “구 대표가 한국에 들어와 활동하고 있다”며 자금 조달에 애쓰고 있음을 시사했다.
업계는 구 대표가 단시간에 수천억원 자금 조달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티몬·위메프 등의 자본잠식상태가 장기화한 상태고, 큐텐 인수 후에도 양사의 사정이 나아지질 않고 오히려 더 악화됐기 때문. 국내 이커머스 시장이 경쟁 등으로 불확실성이 커진 것도 변수다. 만약 당장 수천 억원을 빌리더라도 자체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하면 미봉책에 그칠 것이란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사태가 이렇게까지 커진 상황에서 1000억 원이 넘는 자금 수혈이 쉽지 않을 것”이라며 “설령 자금을 조달한다 하더라도,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 못하면 또 다시 유동성 위기에 빠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