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면 연말부터 인공지능(AI)을 활용한 퇴직연금 일임 서비스가 가능해지면서 400조 원시장을 선점하려는 경쟁이 뜨거워지고 있다. 증권회사와 로보어드바이저(RA) 업체 간 합종연횡이 일어나는가 하면 차별화된 알고리즘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전략도 엿보인다.
알고리즘 테스트 활발
16일 코스콤에 따르면 현재 테스트베드에서 심사 중인 퇴직연금 전용 알고리즘은 총 207개다.
퇴직연금의 경우 원칙적으로 AI의 일임 운용이 허용되지 않았지만 정부가 지난해 7월 퇴직연금 적립금에 대한 RA 투자일임 서비스를 규제 샌드박스(혁신금융서비스) 형태로 허용해 주겠다고 밝히면서 길이 열리게 됐다. 코스콤이 알고리즘 테스트베드 심사를 마치고 빠르면 하반기부터 RA도 본격 퇴직연금 시장에 진출할 수 있다.
퇴직연금 적립금이 400조 원에 육박하는 만큼, RA 서비스를 선점하기 위한 업계 간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장기투자 목적으로 이뤄지는 퇴직연금의 특성상 수익성과 안정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어서다.
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국내 퇴직연금(DB·DC·IRP) 적립금은 총 385조7521억 원이다. 이중 RA 투자 일임 서비스 도입이 가능한 퇴직연금은 약 176조원으로 확정기여(DC)형이 100조 원, 개인형퇴직연금(IRP)이 76조 원으로 추산된다.
투자일임 라이선스를 보유하고 있는 증권사들은 RA 전문 스타트업과 제휴를 맺거나 자체적으로 알고리즘을 개발하고 있다.
NH투자증권은 지난해 콴텍과 퇴직연금 일임형 RA 서비스 제공을 위한 전략적 업무협약(MOU)을 체결한 데 이어 90억 원을 지분 투자했다. 콴텍과 제휴해 로봇알고리즘을 개발하고 올해 5월에는 공동으로 연금저축 계좌 개설 서비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KB증권은 디셈버앤컴퍼니·파운트·쿼터백·콴텍·업라이즈 등 8개사와 제휴를 맺은 뒤 사업 채비에 나서고 있다. 하나증권은 콴텍·디셈버와, 신한투자증권은 콴텍과 업무협약을 체결했고 SK증권도 업라이즈투자자문과 제휴를 맺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자체적으로 RA 서비스를 개발, 선보이고 있다. 2022년 AI 퇴직연금 RA 서비스를 내놨는데, AI를 활용해 가입자 전원의 계좌를 독립적인 개별 포트폴리오로 인식하고 운용하고 있다. 5월 말 기준 서비스 가입 평가금액은 1조4303억 원, 가입 계좌 수는 2만 개를 넘어섰다.
주요 운용사도 퇴직연금 RA시장을 위해 은행권과 손을 잡았다. 대표적인 곳이 미래에셋자산운용으로 지난 5월 KB국민은행의 ‘퇴직연금 RA 일임서비스’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됐다. 미래에셋운용은 지난해 10월 퇴직연금 전용 알고리즘 개발을 마무리하고 코스콤의 심사를 통과한 상태다.
핀트, 콴텍 등 RA전 문 업체도 이번 퇴직연금 시장 진출에 사활을 걸고 있다.
김재칠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글로벌 자산 운용시장에서 AI 기반 맞춤형 운용 서비스가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국내에서도 IRP 등 세제 혜택 계좌에 가입하는 저축자들에게 어떻게 제공할 수 있을지 고민이 필요하며 인프라 구축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