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관심은 이번 회의에서 부동산 경기 침체와 고용난 등 현재 중국이 직면한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이 나올지에 쏠리고 있다. 지난 5월 정부의 5000억 위안 규모의 부동산 시장 부양책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부동산 불황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고, 2024년 공무원 채용시험에 역대 최다인 303만 명이 몰려들었다는 뉴스는 청년취업난의 심각성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번 회의에서 시장 심리를 개선할 만한 대규모 경기부양책 발표에 대한 기대감은 크지 않다.
최근 몇 주간의 공식 발표와 뉴스 기사, 국영 언론의 논평은 3중전회가 단기적 과제해결보다는 시진핑 정부의 장기적 목표 강화에 집중될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 그간 3중전회는 개혁의 동의를 얻고 신속하게 이행하는 데 필요한 정치적 합의와 타협을 이끌어낼 수 있는 자리이기 때문에 포괄적인 개혁을 위한 핵심 수단으로 활용되어 왔다.
따라서 다가오는 3중전회를 바라보는 우리의 초점도, 11기, 14기, 18기 3중전회가 보여준 개혁의 깊이와 호흡을 이어갈 수 있느냐에 맞춰져야 할 것이다. 역대 3중전회 중 11기는 ‘개혁개방’, 14기는 ‘사회주의 시장경제’, 18기는 ‘시장의 결정적 역할’ 등 중국의 장기 경로를 설정하는 핵심적인 정책방향을 제시한 바 있다.
이번 3중전회의 주요 내용에 대한 힌트는 6월 27일 열린 공산당 중앙정치국 회의에서 얻을 수 있다. 시진핑 총서기를 비롯한 24명의 정치국 위원으로 구성된 중앙정치국 회의는 “개혁의 전면적 심화를 통해 2035년까지 높은 수준의 사회주의 시장경제 체제를 완성하고 중국 특색 사회주의 제도를 더욱 발전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2049년까지 중국식 현대화 강국을 완성하기 위한 토대를 마련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했다. 종합하면, 이번 3중전회의 핵심 주제는 개혁의 전면적 심화를 통한 ‘고품질 발전’의 달성이 될 가능성이 높다.
중국 지도부 사이에는 경제시스템의 추가 개혁이 고품질 성장을 달성하는 데 필수적이라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다. 이를 알 수 있는 표현이 ‘못을 박는 정신(釘釘子精神)’이다. 2013년 2월에 열린 중국공산당 제18기 중앙위원회 제2차 전체회의에서 시진핑 총서기는 ‘못을 박는 정신’에 대해 자세히 설명한 바 있다. “우리는 못을 박는 기술을 익혀야 한다. 못은 망치로 한 번만 박으면 단단히 박을 수 없다. 단단하고 깊게 박으려면 여러 번 계속 때려야 한다.” 이번 중앙정치국 회의에서 시진핑 총서기는 ‘못을 박는 정신’으로 개혁을 추진해야 함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개혁 중심의 정책 재천명은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말과 행동의 괴리는 더 큰 실망의 원인이 될 수 있음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최근 몇 년간 중국 정부는 ‘고품질 성장’, ‘중국식 현대화’, ‘새로운 양질의 생산력’ 등 이념적 혁신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다. 그러나 동시에 중국은 정치적 의사결정을 점점 더 중앙집권화했고, 시장경제보다 국가안보를 우선시했다. 결과적으로 지방정부의 이니셔티브가 약화되고 민간 부문의 혁신이 감소했다.
시진핑 지도부에게 강권 체제와 시장경제의 복잡한 균형은 고민스러운 과제인 것으로 보인다. 관례대로라면 지난해 가을에 열렸어야 할 3중전회가 이 시기로 미뤄진 것은 당내 의견 수렴에 시간이 걸렸기 때문이라는 시각이 있다. 3중전회에 앞서 시진핑 주석이 주재한 당 정치국 회의에서도 ‘정부와 시장’, ‘활력과 질서’, ‘발전과 안보’ 등 모순된 관계를 적절히 처리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나타났다.
국력 신장이 정략적 이익을 낳고 진정으로 필요한 개혁을 지연시키는 ‘후발주자’의 늪에 중국이 빠져들고 있는 것은 아닌지, 18일 발표될 3중전회의 결과가 그 시금석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