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SNS 활용한 학폭 일상화되는 추세”
학교폭력이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면서 정부가 ‘학교폭력 전담 조사관제’를 도입한 지 100일이 됐다. 퇴직 경찰·교원 등이 전문적인 사안 조사를 맡음으로써 교사에게 업무 부담을 주지 않고 보다 효과적으로 학폭 사안을 처리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7일 교육계에 따르면 학교 현장에서는 학폭 문제가 나아지기보다는 더 심해지고, 다양한 유형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진정한 학폭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어떤 조치가 필요한지 학폭 피해자 및 관계자 목소리를 들어봤다.
최근 경기도 성남시에서 만난 한모(28) 씨는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걸친 학교폭력 피해 경험을 털어놨다. 어린 시절 학폭 피해 경험은 한 씨가 성인이 된 지금까지도 트라우마로 남았다.
한 씨는 “초등학교 때 반 친구들이 시험에서 컨닝을 했는데, 그걸 담임교사에게 알렸다는 이유로 친구들의 따돌림과 괴롭힘이 시작됐다”면서 “그때 벽에 밀쳐놓고 배를 때렸던 남자아이가 지금도 생각나서 근황을 찾아본다. 사과도 요구했지만,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때 시작된 따돌림은 한 씨가 같은 학군지 내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진학한 뒤에도 꼬리표처럼 따라다녔다.
한 씨는 “과거 따돌림 당했다는 사실이 영향이 컸던 것 같다”면서 “고등학교 때도 교실에서 신체적 폭력을 당한 뒤 한국에서는 어딜 가도 똑같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결국 한 씨는 고등학교 1학년 때 해외로 유학행을 택했다.
이같이 적잖은 트라우마를 안기는 학폭은 꾸준히 늘어 최근 10년 새 최고치에 달했다.
지난해 말 교육부가 전북을 제외한 16개 시도교육청과 ‘2023년 1차 학교폭력 실태조사’를 진행한 결과에 따르면 학교폭력을 당했다고 답한 피해 응답률이 1.9%로 10년 새 가장 높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초4부터 고3 학생 384만 명 전체를 대상으로 진행해 82.6%가 응답한 해당 조사에 따르면 언어폭력이 37.1%로 가장 많았고, 신체폭력(17.3%), 집단 따돌림(15.1%), 강요(7.8%), 사이버 폭력(6.9%), 스토킹(5.5%), 성폭력(5.2%), 금품 갈취(5.1%) 등의 순이었다.
대부분(92.3%) 학폭 피해 사실을 알렸지만, 피해 사실을 알리지 않은 경우도 7.6%에 달했다. 피해를 신고하지 않은 이유로는 ‘별일이 아니라고 생각해서’(28.7%)가 가장 많았고, ‘이야기해도 소용없을 것 같아서’인 경우도 21.4%였다. ‘스스로 해결하려고’(20.0%) 신고하지 않았다는 학생도 상당수였다.
실제로 한 씨 또한 “아무도 문제를 해결해주지 못할 것 같아서 대학에서 상담심리학을 전공했다”면서 “내가 공부해보면서 스스로 마음의 상처를 극복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디지털 환경 발달 등으로 학폭 수법은 더욱 다양한 유형으로 나타나는 추세다.
안성열 법무법인 새별 변호사는 “최근 청소년들이 인스타그램, 카카오톡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사용이 급증하면서 SNS를 이용한 학폭이 일상화 되는 추세”라면서 “예를 들면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서 특정인을 언어로 괴롭히는 등의 행위, 아니면 인스타에 폭언성 댓글을 다는 행위 등이 많아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