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역동 경제’ 밑천은 25조원이 아니라 소통이다

입력 2024-07-04 05:00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정부가 ‘2024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 및 역동 경제 로드맵’을 발표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어제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회의를 주재하고 “포퓰리즘적인 현금 나눠주기식이 아니라, 맞춤형 지원을 펼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총 25조 원 규모의 소상공인·자영업자 종합대책을 시행하겠다고도 했다.

윤 대통령이 경제정책 방향 회의를 주재한 것은 이번이 취임 이후 5번째다. 정부가 민생 지원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비상상황이란 문제의식을 반영한다. 대통령은 “팬데믹 때 가장 큰 타격을 받은 소상공인들은 여전히 어렵다”며 전방위적 지원을 강조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도 “체감경기 활성화에 총력을 다해 서민·중산층 시대를 구현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내수 회복과 구조적 문제 해결을 겨냥한 투트랙 전략도 제시했다.

정부가 풀어놓은 보따리는 제법 크다. 정책 당국이 쓸 수 있는 가용 자산을 다 쓸어 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소상공인·자영업자 계층을 돕기 위해 정책자금 상환연장(최대 5년), 전환보증 신설(5조 원 규모), 대환대출 요건 완화 등 금융 지원 3종 세트가 마련된다. 개인회생제도와 비슷한 소상공인 채무조정 지원 프로그램인 새출발기금 규모는 기존 30조 원에서 ‘40조 원+α’로 확대된다.

배달료, 임대료, 인건비 등 5대 고정비용 부담을 덜어주는 방안도 있다. 하반기 1조 원의 긴급 민생안정자금도 투입하고, 이동통신단말장치유통구조 개선법(단통법) 폐지를 재추진한다. 공공 부문의 투자·융자는 애초 계획보다 15조 원 늘린다. 국책은행의 정책금융 융자·보증 규모는 598조9000억 원에서 606조9000억 원으로 8조 원 늘린다. 투자·수출 촉진을 위해 올해 계획된 52조 원의 시설투자 자금 중 27조 원도 하반기에 공급한다.

정부 로드맵은 더불어민주당의 ‘민생회복’ 카드에 대응하는 성격이 없지 않다. 상대적으로 건실하고 합리적인 처방이란 평가를 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정부 역시 나라 곳간 사정을 살피는 대신 포퓰리즘 경쟁에 가세하는 감이 없지 않다. 다른 무엇보다 2년 연속 세수 펑크가 확실한 상황에 뭔 여력으로 돈을 풀고 혜택을 늘리겠다는 것인지 알 길이 없다. 올 1~5월 국세 수입은 전년 동기보다 9조1000억 원 감소했다. 이를 알고는 있나.

국가적으로 가장 위험한 뇌관 중의 하나인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대한 진단과 처방이 제대로 되고 있는지도 의문이다. PF 사업 시행사의 자기자본 비율에 따른 인센티브를 차등화한다는 등의 구상이 나오지만 한가하다. PF 못지않은 리스크인 가계부채도 어찌 대처할지 모를 일이다.

정부가 민생을 보듬을 수 있다면 보따리 푸는 일을 망설일 이유가 없다. 하지만 국민, 국회와 소통하지 않고서는 그 어떤 보따리도 효험을 내기 어렵다. 거대 야당이 매몰차게 등을 돌리더라도 거듭 호소해 협력을 끌어내야 한다. 국민 공감도 없어서는 안 된다. 정부가 꺼내드는 그 어떤 깃발도 그래야 힘차게 나부낄 수 있다. ‘역동 경제’ 깃발도 마찬가지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20년 째 공회전' 허울 뿐인 아시아 금융허브의 꿈 [외국 금융사 脫코리아]
  • 단독 "한 번 뗄 때마다 수 백만원 수령 가능" 가짜 용종 보험사기 기승
  • 8만 달러 터치한 비트코인, 연내 '10만 달러'도 넘보나 [Bit코인]
  • '11월 11일 빼빼로데이', 빼빼로 과자 선물 유래는?
  • 환자복도 없던 우즈베크에 ‘한국식 병원’ 우뚝…“사람 살리는 병원” [르포]
  • 100일 넘긴 배달앱 수수료 합의, 오늘이 최대 분수령
  • '누누티비'ㆍ'티비위키'ㆍ'오케이툰' 운영자 검거 성공
  • 수능 D-3 문답지 배부 시작...전국 85개 시험지구로
  • 오늘의 상승종목

  • 11.11 13:07 실시간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114,134,000
    • +6.45%
    • 이더리움
    • 4,462,000
    • +2.46%
    • 비트코인 캐시
    • 619,000
    • +4.74%
    • 리플
    • 831
    • +4.92%
    • 솔라나
    • 293,000
    • +4.72%
    • 에이다
    • 836
    • +12.67%
    • 이오스
    • 811
    • +14.39%
    • 트론
    • 232
    • +3.11%
    • 스텔라루멘
    • 156
    • +7.59%
    • 비트코인에스브이
    • 86,150
    • +5.84%
    • 체인링크
    • 20,070
    • +3.51%
    • 샌드박스
    • 423
    • +9.87%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