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도 일부 지자체에는 기재부 출신 4급 재정협력관이 가 있다. 그러나 현재는 파견직이라 기재부 적정 인원(TO)에 들어간다. 이를 지자체 TO로 바꾸고 기재부 4급 자리를 만들려고 했던 것이 이번 사건의 진실이다. 대신 지자체 4급 TO가 없어지니 반발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몰린 것이다.
기재부의 인사적체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고위공무원에서 6급 주무관을 가리지 않고 기재부 공무원이라면 나는 언제쯤 승진을 하나 기다리다 지쳐 나가떨어진 경험이 있을 것이다. 기재부 사무관이 서기관으로 승진하려면 통상 13~15년이 걸린다. 사무관 때 애를 낳았다면 그 아이가 중학교는 들어가야지 서기관 아버지가 되는 셈이다. 타 부처는 통상 8~10년 걸린다.
그러다 보니 기재부 국장 동기가 타 부처에서는 차관, 과장 동기는 타 부처에서 국장(심하면 차관도) 실세로 활발히 활약하는 일이 허다하다. 일각에서는 1급 승진이 빠르면 집으로 가는 시간도 빨라진다고 인사적체를 장점으로 보는 시각도 있으나 승진을 못 하는 당사자라면 얘기가 다르다.
기재부에서는 최근 1966년~1967년생은 후배를 위해 자리를 비워달라는 내부 요청도 있었다고 한다. 실제로 몇몇 과장은 민간이나 공공기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는 결국 인사적체가 심하다는 사정에 기인한다.
이에 기재부 내부에서는 아직도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시절을 그리워하는 이들이 있다. 아마 기재부 입장에서는 가장 잘 나갔던 시절에 대한 추억도 있는 것 같다. 당시 국토교통부 장관, 금융위원장, 국무조정실장, 미래창조과학부 및 보건복지부 차관, 금융위 부위원장, 관세청장, 조달청장, 한국동서발전 사장 등이 모두 기재부 출신이 임명됐다. 물론 타 부처에서는 기재부발 낙하산에 불만을 드러냈지만, 최경환 전 부총리는 기재부 직원들이 뽑은 닮고 싶은 상사에 선정됐다. 최경환 사례는 대부분 부처가 강한 추진력과 인사권(?)이 있는 정치인 출신 장관을 원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재밌는(기재부 입장에서는 열 받는) 부분은 지자체의 반응이다. 아마 기재부가 힘 있던 시절이라면 일사천리로 진행됐겠지만 요즘 지자체도 예산 등으로 TO가 부족하다고 난리인 상황에서 기재부의 지시 아닌 지시가 거부되고 있는 셈이다.
이젠 오래전이지만 2016년에는 한 지자체가 기재부 축구 동호회를 1박 2일 동안 식사와 숙박비 등을 모두 부담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되기도 했다.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시행 이후 이런 기재부의 힘은 차차 떨어져 이런 지경까지 이른 것이다.
물론 아직도 금융 및 재정 관련 주요 기관에는 기재부 출신 기관장이나 감사, 임원 등이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서서히 경쟁체제로 바뀌는 등 기재부발 낙하산이 없어지는 추세다. 최근 만난 한 경제부처 서기관은 "민간기업도 이제는 고시 출신이라고 그냥 모셔가지는 않고 철저히 능력을 본다"고 말했다. 이제는 기재부도 인사적체를 꼼수가 아닌 정통법으로 해결해야 하는 시대가 왔다. 돈줄(예산)로 협박 대신 능력으로 자리를 찾아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