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소 가동률 HD한국조선해양 98%
한화오션 101%·삼성중공업 106%
설비 투자로 생산성·자동화율 향상 노려
국내 조선사들이 올해 들어 조선소를 풀가동 하는데도 불구하고, 납기 지연 사례가 나오고 있다. 납기일 지연이 고착화되면 조선사들의 수익에도 영향이 가는 만큼, 조선사들은 생산성 향상을 위한 설비투자에 나섰다. 업계에서는 설비 투자를 통해 생산성 향상은 물론 노동자 안전사고 확률도 줄어들 것이라며 환영하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화오션과 HMM은 각각 공시를 통해 1만3000TEU급(1TEU=20피트) 컨테이너선 6척에 대한 인도 예정일을 기존 대비 약 5개월 연장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한화오션은 HMM에 이달 말이 아닌 11월 말에 해당 선박들을 인도하게 됐다.
HD현대중공업 역시 HMM에서 수주한 6척의 선박 중 1척을 1달 정도 지연된 7월 인도하기로 했다.
이처럼 국내 조선사들의 납기일이 지연돼 발주처와 관련 협의를 진행하는 것은 숙련공 숫자 부족, 안전사고 발생 후 안전 점검 시행에 따른 일시적 도크 멈춤 등의 이유도 있지만, 주된 이유는 수주량이 늘어나며 건조 물량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HD한국조선해양, 한화오션, 삼성중공업 등 국내 조선 3사의 올 1분기 평균 조선소 가동률은 HD한국조선해양이 98.4%, 한화오션 101%, 삼성중공업은 106%에 달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는 각각 81.3%, 97.1%, 97%였다.
가동률은 생산가능량 대비 실제 생산량을 뜻한다. 올해 들어 조선소들이 가동률을 초과 달성해도 납기일 맞추기가 빠듯해졌다는 의미다.
납기일 지연이 장기화·고착화되면 조선사가 선주 측에 배상금을 지급하는 등 수익에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특히, 1~3척 정도의 소량 발주가 아닌 5척 이상의 중·대량 발주의 경우 척당 가격이 소량 발주 대비 낮은 만큼 납기일 지연에 더 치명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조선사들은 납기 지연으로 인한 배상금 지급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라도 가동률을 끌어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조선사들은 생산성 향상을 위한 설비 투자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올해에만 한화오션은 설비 투자에 4255억 원, HD한국조선해양은 2833억 원, 삼성중공업은 약 2700억 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특히 HD한국조선해양은 2026년까지 HD현대중공업에 4041억 원, HD현대삼호에 6909억 원, HD현대미포에 6222억 원 등 총 1조7172억 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조선사들은 설비 투자를 통해 조선소 내 인공지능(AI) 기술 강화, 선박 건조 로봇 활용 증대 등으로 생산성 향상과 자동화율 증가를 통해 인력 부족 문제 해결에 힘을 쏟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자체 개발한 ‘키홀 플라즈마 배관 자동용접 장비(K-PAW)’를 최근 국내 최초로 실제 건조 현장에 투입해 배관 초층 용접의 자동화를 이뤄냈다. 숙련공이 수작업으로 진행하던 배관 용접 작업을 로봇이 자동으로 처리하면서 용접 속도가 3배 이상 빨라졌다.
삼성중공업은 올해 안에 K-PAW에 인공지능(AI) 기술을 접목해 완전 무인화된 용접 시스템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것이 현실화되면 자동화로 인한 작업 속도 개선은 물론 인력 문제 해소에도 도움이 될 전망이다.
한화오션 역시 조선 공정의 자동화 및 효율화를 위해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조선소 곳곳에 대형 산업용 로봇을 배치해 용접과 그라인딩 작업을 자동화하고 있다. 특히 후판 가공 공정은 여러 번의 용접 작업이 필요한데, 초고출력 레이저 로봇을 도입해 단 한 번의 용접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한화오션은 이를 통해 생산성 향상을 기대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조선사들의 설비 투자에 대해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설비 투자를 통해 생산성과 자동화율을 높이면 납기일을 맞추는 것이 더욱 수월해지고, 가동률도 줄일 수 있어 노동자 안전사고 확률도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