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각 작업 늦어질 수록 불리해…"정부와 협의 필요"
KDB산업은행이 보유 중인 HMM 주식 평가를 위해 외부 실사에 나선다. 올해 초 매각이 무산된 HMM 의 재매각 가능성에 시장의 관심이 집중된다.
17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HMM 주식에 대한 가치평가 실사를 위해 대형 회계법인 등에 입찰제안요청서(RFP)를 발송했다.
이번 외부실사는 산업은행이 오는 8월 말까지 영구채 주식 전환으로 취득하게 되는 신규 주식에 대한 취득 시점별 매수가격배분(PPA) 평가를 위해 이뤄진다. 산업은행이 해양진흥공사와 함께 보유 중인 HMM 영구채 주식 전환 시점이 각기 다른 탓에 정확한 지분가치 산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산은은 당행이 보유중인 HMM 주식 2억1119만9297주에 대한 손상검사도 진행한다. 이 검사에는 영구채 전환 주식도 포함된다. 산은 관계자는 “신규 취득 예정인 HMM주식 및 기존 보유 주식 회계 처리를 위한 가치 평가”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산은이 지분 평가 후 HMM 재매각에 나서기 위한 작업에 시동을 건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HMM 재매각 작업이 늦어질수록 불리한 환경이 조성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산은과 해진공의 지분율은 향후 영구채 전환이 계속될 경우 더 높아지게 된다. 앞으로 HMM 영구채 전환은 10월(196회), 2025년 3월(197회)까지 이어지는데, 이 경우 해진공과 산은의 지분율은 현재 57.88%에서 71.7%까지 늘어나게 된다. 산은과 해진공의 높아지는 지분율은 안그래도 무거운 HMM의 몸값을 지나치게 높일 수 있다.
최근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가 상승세를 타면서 전환 가격이 더 높아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적이 아니더라도 HMM이 발행한 영구채는 발행 5년이 지나면 가산금리를 적용해 이자 비용은 지속적으로 불어난다. HMM 영구채 금리는 기존 3% 금리에서 발행 6년째부터 연 6%로 높아지는데 7년째부터는 매년 0.25%포인트(p)씩 추가 가산된다. 매각에 시간을 끌수록 팔기 어려워 지는 악순환이 펼쳐질 수 있는 상황인 것이다.
재무 건전성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산은 입장에서도 HMM 매각은 시급하다. 산은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은 HMM 주가 변동 평가 손익도 반영하기 때문이다. 실제 HMM 주가가 1000원 가량 하락하면 산은 자본비율은 0.07%p 떨어지게 된다. 강석훈 산은 회장도 이달 11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보유 중인 HMM 주식과 영구채가 은행 재무제표에 영향을 미치고 있어 리스크를 줄여야 하는 책임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전문가들은 HMM 재매각 작업이 빠르게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구교훈 한국국제물류사협회장은 “급변하는 국제 해운물류 시장의 변화에 제때 부응하지 못하면 국제 경쟁력을 상실할 수밖에 없다”면서 “HMM 매각에 대한 해진공과 산은의 발 빠른 판단이 요구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