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원 보름만에 381건…‘선심성’ 지역구 법안 봇물

입력 2024-06-12 16:19 수정 2024-06-12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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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법 속도전…개원 보름만 381건
민주당 법안 발의, 국민의힘의 2배
쏟아지는 ‘지역 선심성 법안’…국가기관 유치·예산 확보
“국회와 지방의회 구분 안 돼…정체성 찾아야”

▲국회 의원회관에 마련된 개원종합지원실에 당선자들의 등록 현황이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국회 의원회관에 마련된 개원종합지원실에 당선자들의 등록 현황이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22대 국회 개원 보름 만에 380건이 넘는 법안들이 쏟아지고 있다. 그중 상당수가 ‘선심성 지역구 법안’ 성격이어서 중앙 정치 무대의 주역인 국회의원들이 입법권을 오남용하는 게 아니냔 비판이 제기된다.

12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이날까지 발의된 법안 건수는 오후 3시 기준으로 381건(의원 입법)이다. 하루 평균 27건 꼴로 매일 새로운 법안이 각 상임위원회에 쌓이고 있다.

여야가 원 구성을 두고 극한 대치를 이어가는 동안 의원들이 '선심성 사업 챙기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법안 발의를 가장 많이 한 정당은 더불어민주당이다. 민주당 소속 의원들은 보름 사이 총 242건의 법안을 대표발의했다. 국민의힘은 그 절반 수준인 128건을 발의했다. 민주당과 국민의힘 의원이 공동으로 대표발의한 법안은 2건이다.

조국혁신당은 9건을 발의했고, 개혁신당 등 그 외 정당은 아직 법안을 제출하지 않았다.

제출된 법안을 살펴보면, 특정 지역구에 특혜를 주는 내용이 다수 발의됐다. 주요 국가기관을 자신의 지역구에 유치하고, 정부나 지자체가 예산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대표적이다.

황명선(충남 논산·계룡·금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전날(11일) 1호 법안으로 ‘논산·계룡·금산 민생 회복 패키지 법안’을 대표발의했다. 그중 하나인 ‘인삼산업법 개정안’은 인삼 전문연구기관을 지정할 수 있도록 했고, 인삼 산업의 가격안정 등을 위한 국가·지자체의 책무도 규정했다.

인삼은 황 의원의 지역구인 충남 금산의 대표적인 특산물이다. 황 의원은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인삼 전문연구기관을 충남 금산에 유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강준현·민형배 민주당 의원 등은 자신의 지역구에 법원을 유치하기 위한 법안을 발의했다. 세종시에 지역구를 둔 강 의원은 ‘세종지방법원’을 설치하는 특별법을 1호 법안으로 제출했다. 인근 대전지방법원에서 진행 중인 사건 중 일부를 신설된 세종지방법원 관할로 변경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광주 광산을이 지역구인 민 의원도 서울과 수원, 부산에만 있는 회생법원을 광주에도 신설하는 내용의 법안(법원설치법·채무자회생법)을 발의했다. 민 의원뿐 아니라 광주 지역 의원 전원이 법안 발의에 참석했다.

여당도 별반 다르지 않다. 박대출(경남 진주갑) 의원은 우주항공청 소재지 외에도 그 ‘주변 지역’을 우주항공 복합도시로 건설하기 위해 예산 등을 지원받을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제출했다. 진주는 우주항공청 소재지인 경남 사천의 이웃 지역이다.

옆 지역구인 강민국(경남 진주을) 의원도 진주를 항공우주산업 클러스트로 만들기 위한 ‘우주개발 진흥법 개정안’을 내놨다.

호텔 내 카지노 입점을 막는 법안도 눈에 띈다. 송재봉(청주 청원) 민주당 의원은 1호 법안으로 그랜드플라자청주호텔 내 카지노 입점을 금지하는 교육환경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청주 도심 호텔에 카지노 입점이 추진되면 교육환경이 훼손된다는 지역주민 등의 반발에 따른 입법이다.

대다수의 의원들이 국가 현안보다 지역 여론을 염두에 둔 선심성 법안을 남발하면서 과도하게 지역구 정치에 치중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최요한 정치평론가는 본지에 “사실 한국 정치라는 게 지역구에 얼마나 잘 뿌리내리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기 때문에 국가적인 과제보단 자신의 지역구 관련 법안을 내려는 경향이 있다”며 “자신이 추구하는 정치적인 아이덴티티(identity·정체성)에 맞춰서 법안을 발의해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가 생각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역구 법안을 집중 발의하는 게) 마냥 나쁘다고 볼 수는 없지만, 지방의회와 국회의원의 역할이 구분될 필요가 있다”며 “그러기 위해선 정치 문화 자체가 바뀌어야 하고 한국 정치가 조금 더 성숙해져야 한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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