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의 대표 빵집 성심당(聖心堂). 성심당 창업주 임길순 씨는 6ㆍ25전쟁 피난민이었다. 생계를 위해 가족을 데리고 서울행 열차에 몸을 실었다가, 열차 고장으로 대전에 내렸다고 한다. 얼떨결에 정착하게 된 대전에서 살길이 막막해하고 있을 때, 한 천주교 신부가 굶주린 임길순 씨 가족에게 밀가루 2포대를 주었다고 한다. 임 씨는 그 밀가루를 먹지 않고, 찐빵을 만들어 팔기 시작한 것이 성심당의 시작이다.
성심당은 그동안 곤욕을 치르거나 해를 당(當-해(害)를 입거나 놀림을 받음)한 경우가 몇 차례 있다. 그런데 곤욕을 치르거나 해를 당할수록 더 잘되는 특이한 역사를 갖고 있다. 1987년 6월 항쟁 당시 시위로 인해 팔지 못한 빵을 시위대에 나눠줬다가 동조세력으로 지목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및 반정부 활동 혐의로 검찰에 불려갔다. 그러나 시위 진압에 동원되었던 전경들이 “우리도 그 빵 먹었어요”라는 증언이 나오고, 때마침 6ㆍ29 선언이 나오면서 무혐의로 풀려났다.
성심당은 “당일 생산한 빵은 당일 모두 소진한다”는 창업주의 원칙에 따라, 팔다 남은 빵은 전쟁고아나 노숙인들은 물론 동네 어르신과 아이들에게까지 나누었다. 6월 항쟁 당시에도 팔고 남은 빵을 매일 해오듯 주변에 베풀었고, 시위대와 전ㆍ의경들에게도 나눠준 것이다. 이 일을 계기로 많은 사람에게 그동안의 선행이 알려지면서 장사가 더 잘됐다. 이러한 빵 기부는 지금까지도 성심당의 전통으로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성심당은 2005년에 화재로 모든 것이 잿더미가 됐다.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주저앉아 있던 성심당 창업주 가족은 직원들이 먼저 나서 재기를 위해 뛰어줘 다시 일어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성심당은 직원 복지가 상당하다. 근속연수가 길어지면 기념상도 주고 순금도 준다고 하며 휴게실은 물론 무료 사내 식당도 제공된다. 이익의 15% 정도를 직원 성과급과 복지로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 2023년 감사보고서를 보면, 당기순익 275억 원 중 복리후생비로 27억여 원을 지출하고 있어, 다른 지출항목들을 합치면 15% 이내를 직원들과 나누는 것으로 파악된다. 또한, 지난 한 해 기부금으로 10억5000여만 원을 지출했다.
성심당은 어려울 때마다 고객들이 더 많이 찾아와 주면서 재기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고객에게 장사가 잘된다고 빵 가격을 높여 더 많은 이익을 내려고 하지 않는다. 성심당 빵 가격은 대기업 빵집의 50~60%대이다.
한 해 결산 실적 감사보고서가 나오는 4월. 지방 지역 빵집 성심당이 대기업 빵집보다 더 많은 이익을 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여기에 5개 점포밖에 없는 단일 빵집 브랜드 매출이 1000억 원을 넘긴 첫 중소기업이 됐다.
필자는 이 뉴스를 접하면서 ‘대단하다’라는 생각과 ‘조만간 세무조사나, 뭔 일 나겠다’ 싶었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픈 나라 아닌가.
역시나 코레일유통이 대전역에 입점한 성심당에 월세 1억 원에서 4억4000만 원으로 인상 요구했고, 이에 성심당은 월 1억 원이 넘는 임대료면 나가겠다고 맞서는 일이 벌어졌다. 처음에는 매출 1243억 원, 영업익 314억 원, 세후 당기순익 275억 원을 벌어들이는데 월세 4억 원도 비싼 게 아니라는 여론이 있었다.
하지만 성심당 자리는 2015년까지 입점해 있던 푸드코트는 망해서 문을 닫고 나간 공실이었다. 이후 월세 1833여만 원에 들어온 성심당은 코레일과 재계약 때마다 꾸준히 올려 월세 1억 원, 연 12억 원으로 9년 만에 5배에 달하는 임대료를 올려왔다. 그런데 여기에 한꺼번에 4배를 더 올려달라고 한 것이 알려지면서 오히려 코레일에 대한 비판 여론이 들끓었다.
대전 시장은 물론 문화체육부 장관까지 나서 ‘해결 방안을 찾겠다’라고 나섰다. 물론 정치권도 성심당 월세 논란에 참전했다.
월세 논란에 전국적으로 더 많은 홍보가 이뤄지면서 빵집에 빵을 사려고 줄 서는 사람들은 더욱 많아지고 있다. 40분 대신 줄을 서면 3만 원을 준다는 ‘줄서기 알바’까지 등장했다. 해를 입거나 곤욕을 치를수록 더 잘되는 성심당의 역사는 이번에도 되풀이되고 있다.
성심당은 대표 대기업 빵집보다 판매비와 관리비를 매출 대비 반도 안 되는 비율로 지출하고 있다. 또 대기업 빵집은 20여 개가 넘는 계열사와 투자사로 인해 영업 외 비용이 막대하게 빠져나갔지만, 성심당은 단 하나의 법인에서 모든 게 이뤄지고 있어 영업 외 비용이 매출에 1%에 그치고 있다.
이렇게 사업을 하다 보니 지난해 매출은 대기업 빵집에 6% 수준이지만, 법인세는 57억여 원으로 대기업 빵집(22억여 원)보다 두 배 반이 넘는 세금을 국가에 냈다.
문어발식 계열사 확장, 일감 몰아주기로 이익을 낮춰 세금을 적게 내고, 오너일가 배를 불리기도 하지 않았다. 직원들과 이익을 공유하고, 기부를 통해 사회에 선행해온 성심당. 이렇게 성심껏 사업하니 곤욕이나 해를 입어도 더 잘되는 비결일 것이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다른 세입자에 비해 월세율이 낮아 특혜라고 지적해 촉발된 성심당 사태가 어떤 결말을 맞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