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악 기준 사라지면 사회 암울해져
사법부만이 거짓과 의혹 단죄 ‘희망’
교육을 한마디로 설명하라면, 교육학을 오래 한 필자의 답은 ‘모방’이다. 아이가 성장하면서 무엇이 되고 싶다거나 뭘 잘하고 싶다는 포부는 물론 비난받을 행동과 몹쓸 인성, 심지어 창의성도 모방에서 나온다. 정치인과 각계 유명인사의 일거수일투족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는 그들이 모방의 본이 되기 때문이다.
최근 가수 김호중 씨 사건을 보면서 기시감이 든다는 지적이 있다. 단순 뺑소니 사건이 복잡하게 변질되는 행태에서 유명 정치인의 데자뷔를 본다는 것이다. 범행 증거는 확실한데도 사고 직후 김 씨의 언행은 정치인과 유사한 방식으로 거짓과 의혹을 증폭시켰기 때문이다. 이러한 행태는 다음 세대에 미칠 악영향 측면에서 간과해선 안 된다. 먼저 둘 사이 공통점부터 확인해야 이처럼 세상이 나쁘게 번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첫째, 가역 불가 상황을 만들기 위한 시간 벌기와 지연 전략이다. 김 씨가 시간 벌기로 수사를 미룬 것은 공연 강행을 통해 금전적 손해를 피하기 위한 것으로 알려졌다. 출연자 교체 불가를 내세워 예정된 창원과 서울 공연 강행으로 역전 불가능한 상황을 연출하고자 하였다. 이 상황은 제1야당 대표의 여러 재판을 선거 이후로 지연하려는 전략과 유사하다. 제1야당 대표의 지연 전략은 위증교사 사건 1심 판결은 이번 총선 이후로, 다른 큰 사건 1심 판결은 다음 대선 이후로 미루어 이 역시 불가역 상황을 만들려는 의도가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둘째, 사법 방해이다. 제1야당 대표와 관련자들의 재판은 말 바꾸기, 증언 번복, 재판부 기피신청, 공문서 짜깁기 공방 등 사법 방해 행위로 유명하다. 김 씨의 범행은 초기의 시간 벌기 대응에서 대리 자수, 운전자 바꿔치기 등으로 그 자체가 사법 방해 행위로 구성되었다. 향후 그의 재판이 제1야당 대표와 관련자들의 여러 재판에서 벌어진 행태와 얼마나 유사하게 재연될지도 관심사가 되어 버렸다.
셋째, 진술의 신빙성이다. 김 씨는 ‘술을 마시긴 마셨지만 아주 조금 마셨다’거나 ‘마셨지만 취할 정도는 아니다’라고 진술하였다. 그는 이러한 진술로 거짓말을 했지만, TV에서 발언으로 거짓말의 적극 의사가 없었다는 전직 대법관의 해괴한 궤변으로 야당 대표의 과거 위증 혐의가 무죄로 난 판결에 상응하는 결과를 기대한 것으로 보인다.
넷째, 교묘하게 기획한 공모자가 있다는 점이다. 김 씨의 은폐 및 사법 방해 등을 공모한 기획사 간부들이 줄줄이 구속되었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제1야당 대표의 경우에도 공모한 이들이 모두 재판 중이다.
다섯째, 호화 전관 변호사도 유사하다. 제1야당 대표의 변호인 둘은 고검장 출신으로 이번 국회에 입성하였고, 김 씨의 변호인은 대검 차장 출신으로서 현 검찰총장이 나서서 사법 방해 행위로 규정한 범행임에도 이를 변호하면서 법률 변호보다는 소속기획사 매니저 역할을 했다는 비난도 받고 있다.
여섯째, 팬덤 현상과 여론전이다. 범행 이후 큰 소리로 궤변을 늘어놓는 김 씨에게 열성 팬들은 결사옹위하는 태도나 관련 없는 연예인을 끌어들여 희생양을 삼는 행동이 여러 가지 범죄 혐의로 재판 중이거나 실형을 받은 야당 대표들에게 몰표를 몰아준 이들의 팬덤 현상과 너무 닮았다. 게다가 김 씨는 범행을 부인하는 버티기, 동정심 유발하기, 다리 절기, 셀프 출두 운운하며 여론전으로 사태를 몰고가려 한 바 있다. 이는 정치인들의 상습적인 여론몰이 행태와 겹쳐 있다.
이러한 사태를 보며 많은 이들이 선악과 가치 판단 기준이 사라졌다고 우려한다. 지도층의 타락과 일탈이 사회를 병들게 하는가, 반대로 사회 전반의 도덕적 해이가 그들의 불법 행태로 나타났는가를 여기서 따질 필요는 없다. 하지만 연예인이건 정치인이건 간에 그들의 저열한 행태가 우리 사회에 암울하게 확대 재생산한다는 점만은 분명하다. 현재 이를 단죄할 유일한 희망은 사법부뿐이다.
‘세상이 나빠지는 것은 공부 안 하는 사람들이 지도자 노릇을 해서다.’ 여러 면에서 존경받고 있는 손웅정 감독이 책에서 한 말이다. 지도자의 타락한 불법적 행태는 공부를 못해서가 아니라 제대로 된 공부를 아예 안 해서이다. 게다가 사법부 흑역사의 주역들도 이에 포함된 듯하여 암담할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