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식업체 아워홈 오너가 2세 남매들의 경영권 분쟁이 장남 구본성 전 부회장의 승리로 마무리됐다. 사내이사 연임에 실패한 구지은 부회장은 내달 3일로 임기를 마치고 사내이사에서 물러나게 됐다. 구본성 전 부회장의 장남인 구재모 씨는 신임 사내이사에 오른다.
31일 아워홈은 오전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구 전 부회장의 아들 구재모 씨의 사내이사 선임 안건을 통과시켰다. 구 전 부회장 측이 올린 황광일 전 아워홈 중국남경법인장 사내이사 선임, 구 전 부회장 본인의 기타비상무이사 선임 건은 부결됐다.
아울러 이날 구 부회장이 경영권 방어를 위해 안건으로 상정한 자기주식 취득의 건(자사주 매입안)은 부결됐다.
이번 임시주총 결과로 아워홈의 사내이사는 창업주 장녀인 구미현 씨와 그의 남편 이영열 씨, 구재모 씨 등으로 구성됐다. 이에 따라 자본금 10억 원 이상의 회사의 경우 사내이사 3명을 두도록 하는 상법 규정을 충족하게 됐다.
아워홈 지분은 구 전 부회장 38.56%, 구미현 씨 19.28%, 창업주 차녀 구명진 이사 19.6%, 구 부회장 20.67%로 구성됐다. 3자매가 힘을 모으면 오빠를 견제할 수 있는 구조지만, 사실상 ‘키맨’인 장녀 미현 씨는 오빠의 손을 들어 줬다.
1시간 넘게 진행된 이날 주총에는 남매 중 구 부회장만 의장으로 참석했다. 구 전 부회장과 미현 씨, 명진 씨는 현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각각 대리인들이 참석했다. 구 전 부회장이 신규 사내이사로 자신의 아들을 내세운 것은 과거의 횡령·배임에 따른 사법리스크 때문으로 보인다. 자신이 경영에 직접 나설 경우 여론의 반발이 예상돼서다.
새로 꾸려진 이사회는 구 부회장의 임기가 내달 3일 만료되는 만큼 빠른 시일 내 새 대표이사를 선출하는 이사회를 열 것으로 보인다. 전날 지분 매각을 추진 중인 미현 씨가 차기 대표이사를 맡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향후 구 씨가 대표로 오를 가능성도 관측된다.
경영권 분쟁은 일단락됐지만 세 자매가 다툴 여지는 남았다. 세 자매는 2021년 이사 선임과 배당 제안 등에서 의결권을 공동으로 행사하는 내용의 ‘공동매각합의서’ 협약을 맺었다. 협약을 깨고 미현 씨가 오빠 편에 서면 1200억 원 규모의 위약금을 내야 한다. 이 때문에 구지은 부회장이 협약을 내세워 언니 미현 씨에 제동을 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편, 아워홈 노조는 구 전 부회장과 구미현 씨의 이사회 장악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장덕우 아워홈 노동조합위원장은 “구지은 대표 체제의 경영진이 회사를 성장시키고 있는 만큼 대주주들은 빠져야 한다”며 “바뀐 새 이사진 체제에서는 회사가 실제 매각이 진행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스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