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들이 다니고 있는 포르투갈의 학교도 마찬가지다. 이곳에선 교내 휴대전화 사용 제한을 학교 자율로 두고 있는데, 처음 다녔던 세인트폴 학교의 경우 학생은 교내에서 휴대전화를 소지할 수 없다. 등교할 때 안내 데스크에 휴대전화를 제출했다가 하교할 때 찾아가는 시스템이다. 이 학교의 휴대전화 사용 금지 방침은 엄격해서 학생과 학부모가 연락하려면 꼭 교직원을 통해서만 가능했다.
그런가 하면 지금 다니고 있는 비사야 바헤투 학교는 수업시간에만 휴대전화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학교생활 설명회 때 한 학부모가 ‘휴대전화 사용 제한’을 건의했지만 학교 측은 ‘스마트 기기를 제한하는 건 부모의 몫’이라고 선을 그었다.
한 번은 아내가 인스타그램에 올린 게시물을 학교에 있는 아이가 ‘좋아요’를 눌러서 ‘이 놈이 공부 안하고 뭐하나’ 혀를 찬 적이 있다. 하지만 아들이 체육시간에 손가락 골절상을 입었을 땐 휴대전화로 바로 연락이 돼 병원으로 데려가 치료를 받기도 했다. 이처럼 순기능과 역기능이 함께 있으니 ‘무엇이 옳다’라고 못 박기가 쉽지 않다.
카스카이스 인근의 세뇨라 다 보아 노바 학교는 학기를 시작하기 전 학생과 학부모에게 휴대전화 사용 금지에 대해 동의를 받는다. 하지만 크리스티나 사르젠토 교장은 “이론적 동의에도 불구하고 자녀나 손자 등에게 전화를 걸고 메시지를 보내는 보호자들이 많다”며 “학교가 세운 규칙의 실질적인 구현이 얼마나 어려운지 실감한다”고 토로했다.
지난해 유네스코는 교실 내 소란 방지, 학습 능력 향상, 사이버 왕따 예방을 위해 학교에서 스마트폰 사용을 금지해야 한다는 보고서를 내놓은 바 있다. 프랑스, 이탈리아, 네덜란드는 올해부터 학교 내 휴대전화 사용에 대한 전국적인 제한 조치를 도입했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스마트폰이 다양한 정보를 접할 수 있는 학업의 도구로 활용할 수 있고, 멀티미디어 학습, 향상된 참여도, 유연성 및 접근성을 제공함으로써 학업능력을 향상시킬 잠재력이 있다고 평가한다. 무작정 사용을 제한하기보다 학습에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얘기다. 하기야 스마트폰이 무슨 죄가 있겠는가.
지금과 같은 형태의 스마트폰이 나온 지 17년이 넘었는데 ‘학교 내 휴대전화 사용 문제’는 여전히 숙제다. 또 이처럼 단일 이슈로 세계 각국이 같은 고민을 하는 것도 드문 일이다.코임브라(포르투갈)=장영환 통신원 chehot@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