法 “노소영 정신적 고통 고려…위자료 증액해야”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에게 이혼에 따른 재산분할로 1조3800여억 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서울고법이 판결했다. SK㈜ 주식을 포함해 최 회장의 재산이 모두 분할 대상이라는 게 법원 판단이다.
서울고법 가사2부(김시철 김옥곤 이동현 부장판사)는 30일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 소송 항소심에서 “원고(최 회장)가 피고(노 관장)에게 위자료 20억 원, 재산분할로 1조3808억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는 2022년 12월 1심 재판부가 인정한 위자료 1억 원과 재산분할 665억 원에서 대폭 늘어난 것으로, 재산분할 금액은 역대 최대 규모다.
항소심 재판부는 “혼인 기간과 재산 생성 시점, 형성과정 등에 비추어 볼 때 SK 주식 등에 대한 노 관장의 기여가 인정된다”며 “(SK 주식은) 부부 공동재산에 해당하고 재산 분할 대상”이라고 밝혔다.
이어 “SK그룹이 1992년 태평양증권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 약 300억 원을 사용하고 이동통신 사업에 진출하는 데에 노 전 대통령이 보호막 역할을 했다”고 덧붙였다.
위자료와 관련해 재판부는 “원고는 자신의 혼인관계가 해소되지 않았음에도 현재까지 김희영 티앤씨 재단 이사장과과 공개적으로 활동을 지속하며 최소 십수 년 동안 피고의 배우자로서의 권리를 침해했다”며 “2019년 2월부터는 신용카드를 정지하고 1심 판결 이후 현금 생활비 지원도 중단했다. 피고의 정신적 고통을 손해배상 산정에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위자료 증액이 맞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노 관장 측 김기정 변호사는 “SK 주식 자체가 혼인 기간에 취득된 주식”이라며 “선대 최종현 회장으로부터 상속받은 돈으로 산 주식이 확대되면서 유지돼 왔다는 게 상대측 주장인데, 그 부분에 증거가 없고 실제로 부부 공동재산으로 형성돼 30년간 부부생활을 거치면서 확대됐으니 (재산을) 같이 나누는 게 맞다는 게 지금 재판부의 판단”이라고 말했다.
최 회장과 노 관장은 노 전 대통령 취임 첫해인 1988년 9월 청와대에서 결혼해 슬하에 1남 2녀를 뒀다. 최 회장은 2015년 12월 혼외 자녀가 있다는 사실을 언론에 공개하면서 이혼 의사를 밝혔다. 이후 2017년 7월 최 회장은 노 관장을 상대로 이혼 조정을 신청했다.
노 관장은 이혼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유지하다 2019년 12월 돌연 맞소송(반소)을 제기했다. 당시 노 관장은 위자료 3억 원과 최 회장이 보유한 SK㈜ 주식의 절반 수준인 약 649만 주에 대한 재산 분할을 청구했다.
2022년 12월 1심은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위자료 1억 원과 재산분할로 665억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노 관장이 요구한 SK 주식은 분할 대상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당시 재판부는 “노 관장이 SK 주식 형성과 유지, 가치 상승에 실질적으로 기여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최태원 씨가 보유한 계열사 주식, 부동산, 퇴직금, 예금과 노 관장의 재산만 분할 대상이 됐다”고 설명했다.
쌍방이 1심 결과에 불복해 항소하면서 이혼 소송 2차전이 시작됐다. 노 관장은 재산분할 청구 금액을 현금 2조 원으로 늘리고 위자료 청구액수도 30억 원으로 변경했다.
최 회장 측 변호인단은 이날 선고 이후 "사회 구성원에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죄송하다"면서도 "이번 재판의 과정과 결론이 지나치게 편파적인 것에 대해 깊은 유감"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이어 "아무 증거도 없이 편견과 예단에 기반해 기업의 역사와 미래를 흔드는 판결에 동의할 수 없다"며 상고할 뜻을 분명히 했다.
한편 노 관장은 지난해 3월 최 회장의 동거인 김희영 티앤씨재단 이사장을 상대로 30억 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노 관장 대리인단은 “김 이사장이 노 관장과 최 회장의 혼인생활에 파탄을 초래했고 그로 인해 노 관장이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겪었다”고 밝혔다. 이에 최 회장 측은 “노 관장이 (이혼 소송) 1심 선고 이후 지속적으로 사실관계를 악의적으로 왜곡해 언론에 배포하는 등 개인에 대한 인신공격을 지속적으로 반복하고 있다”고 받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