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걸러 마신다'는 뜻으로 이름 지어진 막걸리. 만들기도 쉽고, 가격도 저렴해 고려 시대부터 현대까지 대표적인 '서민의 술'로 꼽혔다. 이런 서민의 술이 최근 들어 가성비와 개성을 중시하는 MZ세대의 '최애 술'로 부상하는 모습이다.
2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트렌드 변화에 특히 기민하게 반응하는 편의점업계가 MZ세대에서 다시 불고 있는 막걸리 라인업 강화에 나서고 있다. 그동안 중장년층 수요에 부응해 선보이던 정통막걸리에서 한걸음 더 진화해, 다양한 재료를 활용해 특색 있는 막걸리를 속속 출시하고 있다.
BGF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 CU의 지난해 막걸리 연령대별 매출을 보면, 2030세대는 24%로 전년(14.6%) 대비 10% 가까이 상승했다. 술을 천천히 음미해 마시려는 수요와 가격 대비 용량이 많은 가성비도 홈술(HOME술) 트렌드에 부응하는 터라, MZ세대의 막걸리 사랑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이에 CU는 이달부터 ‘월간(月間) 막걸리 프로젝트’를 통해 지역 막걸리를 엄선해 선보이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각 지역에서는 인기가 높지만 전국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은 숨겨진 정통 막걸리를 CU 주류팀 MD(상품기획자)가 엄선해 월마다 색다른 막걸리를 선보이는 것이 핵심이다.
CU는 22일 부산 전통 양조장인 ‘벗드림 양조장’에서 부산 강서 지역을 대표하는 쌀인 샛별쌀을 활용해 제조한 ‘감천막걸리(750㎖)’를 선보였다. 이 제품은 감미료, 아스파탐 등의 감미료가 일절 사용되지 않고 오로지 쌀과 누룩, 효모, 정제수 등을 사용한 전통 막걸리 제조 방식으로 만들어진 것이 특징이다. 패키징은 제품의 우유처럼 부드러운 질감을 반영해 우유병 규격의 병에 막걸리를 담아냈다.
GS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 GS25도 올해 1월부터 청년 사업가가 직접 개발한 막걸리와 전통주 등을 선보이는 ‘힙걸리 프로젝트’를 운영 중이다. 지난달까지 모두 4차례에 걸쳐 막걸리 제품들을 소개했다. 앞서 진행한 프로젝트 2, 3탄에선 각각 ‘연희 과일막걸리’와 ‘김포 금쌀 막걸리’를 선보였다.
프로젝트 첫 주자는 상주산 바질을 넣은 막걸리 ‘너디호프 드라이’다. 청년 사업가 이승철 대표가 운영하는 경북 상주 소재 농업회사법인 ‘상주주조’의 대표 막걸리로 새콤달콤한 맛과 싱그러운 바질 향이 특징이다.
이달 1일엔 힙걸리 프로젝트 4탄을 통해 ‘대한민국 막걸리의 아버지’라 불리는 류인수 한국가양주연구소 소장과 협업해 최고급 양조 기술로 빚은 ‘서울실버 리미티드 에디션’을 출시했다. 그간 편의점 등 대형 유통 업체에선 만나기 어려웠던 최고급 양조기술 ‘오양주’ 방식이 적용돼 눈길을 모은다. 오양주는 다섯 번의 담금 과정을 거쳐야만 발효가 완성되는 까다로운 기법으로 발효 기간만 한 달이 걸려 대량 생산이 어렵다.
편의점업계가 잇달아 막걸리 라인업 강화에 나선 이유는 최근 젊은 소비자가 선호하는 주류 종류가 다양해졌기 때문. 편의점 내 주류 카테고리에서 맥주, 소주 등의 매출이 여전히 상당하지만, MZ세대 사이에서 호응이 높은 막걸리 제품군을 늘려 시장을 키우겠다는 것이다.
각 사의 막걸리 카테고리 매출도 꾸준히 상승세다. 막걸리 카테고리는 CU의 최근 3개년 막걸리 매출 신장률(전년 동기 대비)은 2022년 16.7%, 2023년 12.4%, 올해(1~4월)는 18.4%를 기록하며 꾸준히 늘고 있다. CU가 올해 3월 출시한 ‘밤값막걸리’도 초저가 콘셉트로 주목받으며 출시 두 달 만에 20만 개 이상 팔리며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었다.
GS25의 막걸리 카테고리 매출 신장률 역시 2022년 23.6%, 2023년 13.8%, 2024년 1분기 21.9%씩 성장했다. 힙걸리 프로젝트 1기 한정판 바질 막걸리 ‘너디호프드라이(500㎖)’는 사전 예약분이 첫날 완판됐으며, 오프라인에서도 90%에 가까운 판매율을 달성했다.
업계 관계자는 “주류 카테고리 중 맥주 등의 매출이 높지만 소비자들의 입맛과 취향이 다양해지면서 다양한 종류의 주류도 인기도 높아지고 있다”면서 “그중 최근 젊은 소비자들 사이에서 막걸리 역시 좋은 반응을 얻고 있어 향후 다양한 관련 제품들을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