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빚을 진 대출자의 57%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상승한 가운데 1%포인트(p) 올라갈 때 차주의 소비지출은 0.23% 줄어들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차주들의 소비여력이 상당히 제한됐다는 것으로 특히 DSR이 높을 수록 대출금리 상승에 따른 DSR 상승효과 및 소비 감소효과가 더욱 컸다. 금리 상승 시 소비 감소 정도가 금리 하락에 따른 소비 증가 규모보다 더 큰 것으로 추정돼 대출금리가 내려가더라도 즉각적인 소비개선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김현열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이 18일 발표한 ‘금리 상승에 따른 DSR 변화가 소비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2021~2022년 중 금리 인상이 시차를 두고 가계대출 금리에 반영되면서, 부채를 보유한 가계의 이자상환부담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예금은행 가계대출금리(잔액 기준)는 지난해 연평균 5.08%로 가구당 월평균 실질 이자비용 지출은 전년대비 27.1% 상승했다.
지난 해 전체 차주의 57%는 DSR이 올라갔으며 이들 중 59%는 DSR 수준이 20% 이상인 것으로 확인됐다. 코리아크레딧뷰로(KCB) 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부채를 보유한 차주의 DSR은 전년동기대비 평균 6.3%p 상승했다. 차주의 56.7%는 소득 대비 부채상환여력이 악화됐다는 의미다. DSR 수준이 20% 이상인 차주는 46.1%였으며 DSR이 상승한 차주는 58.8%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김 연구위원은 “DSR 1%p 상승 시 차주의 소비지출은 평균 0.23% 감소하는 것으로 추정됐다”면서 “작년 중 DSR이 올라간 차주의 소비여력이 상당히 제한됐을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진단했다. 이어 “차주 모두 변동금리 부채를 보유하고, 소득 및 부채가 불변이라는 전제 하에서 대출금리가 1%p 상승하면 차주의 DSR은 평균 1.9%p 상승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부연했다. 즉, 금리 상승에 따른 DSR 상승효과(1.9%p)와 DSR 상승에 따른 소비 감소효과(-0.23%)를 종합하면, 평균적으로 대출금리 1%p 상승은 차주의 소비지출을 0.44% 감소시키는 것으로 분석된다. .
특히 DSR이 높은 차주일수록 대출금리 상승에 따른 소비 감소효과가 더욱 크게 나타났다. 차주의 DSR이 높을수록 금리 상승에 따른 DSR 상승효과가 크게 나타나고 소비도 더 쪼그라든다는 얘기다.
김 연구위원은 또 금리 1%p 상승에 따른 소비 감소 효과(-2.1%)가 1%p 하락에 따른 소비 증가 효과(0.1%)보다 더욱 크게 나타났다고 예측했다. DSR 1%p 상승에 따른 소비 감소가 평균 1.09%인 반면, DSR 1%p 감소에 따른 소비 증가는 평균 0.06%에 불과한 것으로 분석됐다.
그는 “일반적으로 금리 상승이 이자비용 지출을 증가시켜 차주의 소비여력을 제약하는 만큼, 금리 하락은 역으로 이자비용 감소를 통해 차주의 소비여력을 개선시킬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면서도 “향후 가계대출 금리의 하락이 가시화되더라도 대출보유 차주의 소비 회복 속도는 금리 상승 시 소비 감소 속도에 비해 느릴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했다.
결국 현재 고금리로 인해 가중된 원리금상환부담은 부채를 보유한 차주의 소비 회복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란 게 보고서의 진단이다. 김 연구위원은 향후 정책금리 인하가 시작되더라도 가계부채 잔액에 적용되는 대출금리 하락으로 나타나기 까지는 통상 3개월~1년의 시차가 존재하기 때문에 가계의 이자상환부담은 올해도 높은 수준일 것으로 내다봤다. 즉, 차주의 소비 회복을 제약하게 될 것이란 의미다.
그는 “ DSR이 높은 차주일수록 이자상환부담에 따른 소비 제약이 더 클 것”이라면서 “금리 상승과 하락에 따른 소비 변화의 비대칭성을 감안하면, 대출금리의 본격적인 하락 이후에도 단기적으로는 차주의 소비 개선 정도가 제한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