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계약 대비 2~3년가량 연기돼
슬롯 비우게 되면 조선사 측 손해
업계선 “슬롯 금방 채우면 오히려 호재”
HD한국조선해양이 2020년 수주했던 모잠비크 프로젝트 관련 선박들의 건조 일정이 또다시 연기됐다. 이와 관련 업계는 비는 슬롯을 채울 수만 있다면 악재가 아닌 호재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HD한국조선해양이 6척의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건조 일정을 기존 보다 몇 년 연기된 2028년~2029년 1분기 사이로 연기한다고 공시했다.
HD한국조선해양이 공식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해당 선박들은 자회사 HD현대삼호가 2020년 12월 수주한 모잠비크 프로젝트 관련 LNG 운반선으로 추정된다. 당시 HD한국조선해양은 9척의 LNG 운반선을 수주했다.
HD한국조선해양은 나머지 3척으로 추정되는 LNG 운반선 역시 지난해 10월 공시를 통해 기존 인도 예정 기간 대비 3년 정도 연기한다고 밝혔다.
원래 일정이면 지난해 말에서 올해 초 건조를 시작해 2027년에는 건조를 마쳐야 하지만, 현지 사정으로 2년 가량 미뤄지게 됐다.
모잠비크 프로젝트는 2020년 발주 이후 계속 연기되고 있다.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모잠비크 현지에서 이슬람 반군의 공격이 지속되는 것이 원인으로 작용했다. 모잠비크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 토탈에너지는 모잠비크 현지 보안 상황이 지속 악화되며, 2021년 현장 인력을 철수한 바 있다.
건조 일정이 연기되면서 조선사 입장에서는 비게 되는 건조 슬롯을 급하게 채워야 하는 상황이다. 슬롯을 채우지 못하면, 해당 기간까지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
업계는 조선사들이 대형 선주사와 발주처 간 관계 유지를 위해 손해를 보는 상황에서도 이를 감수하고 일정 연기 등을 통해 지속 관리 중인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세계적으로도 모잠비크 프로젝트처럼 10대 이상의 선박을 한 번에 발주하는 곳은 많지 않다”면서 “조선사들이 프로젝트 이후의 관계 역시 고려해 일정 연기를 받아들이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조선사 입장에서는 이번 사태가 호재가 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지금의 조선업 호황기가 최소한 2026년까지는 지속할 것으로 보여 슬롯이 비어도 금방 채울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업계 관계자는 “빈 슬롯만 채울 수 있다면, 이번 연기로 5년 뒤인 2029년 슬롯을 미리 채운 셈이 된다”며 “2027년 납기 슬롯이 갑자기 생겨난 만큼, 빠른 납기를 원하는 선주들이 발주에 나서게 된다면 오히려 조선사에는 호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