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의 날을 하루 앞둔 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소재 원명초등학교. 부임한 지 두 달여 된 3학년 2반 담임교사 김소백 선생님은 환한 얼굴로 이같이 말했다.
이날 원명초는 스승의 날을 맞아 학생회 아이들이 출근길 교사들을 환영하고 감사 인사를 전하는 행사를 마련했다. 자발적으로 오전 8시까지 모인 학생들은 출근하는 교사들을 향해 연신 “감사해요 선생님, 사랑해요”를 외쳤다.
학교 차원에서는 교사들을 위해 커피차를 준비했다. 정성준 원명초 교감은 ”상투적으로 하는 것보다 학교에 와서 환대받는다는 느낌을 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카네이션 모양 붉은색 머리띠를 쓰고 담임 교사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던 5학년 7반 학생 김도훈 군은 “스승의 날을 맞아 선생님께 잘 가르쳐주셔서 (감사하고)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학교에서 준비한 커피차 행사 등에 대해 ”선생님을 존중하는 것 같다“고 밝혔다.
김소백 선생님은 “(출근길에) 학생들이 하트를 그리는 걸 보고 놀라긴 했는데 행복하다”며 “앞서 초등학교 5학년 때 선생님을 뵈러 갔었는데, 그런 교사가 될 수 있을까 생각을 했다”고 말하며 웃음을 지었다.
지난해 서울 서이초 사건 이후 교사가 된 소회에 대해 김 선생님은 ”사건 당시 저는 교사가 되기 위한 시험을 준비 중이었는데, 친구들은 진로를 바꾸는 경우도 많았다“면서 ”저는 굉장히 오래전부터 선생님이 하고 싶었다. 학생들이 웃는 것만 봐도 예쁘고 행복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학생들과 이야기할 때 말 하나하나가 잘못하면 안 좋게 보일 수 있겠구나 해서 말과 행동을 조심해야지 생각하게 된다”면서 “말을 조심하다보니 다른 학생들의 학습권을 못 지켜주는 경우도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지난해 서이초에서 담임을 맡은 교사가 사망하는 등 사건 이후 교육 당국은 ‘교권보호 5법’ 등 각종 교권 보호책을 내놓은 바 있다. 다만 현장에서는 변화를 체감하기 어렵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 학교에서 6학년 3반 담임을 맡고 있다는 3년 차 교사 전민재 선생님은 “정부나 교육청에서 많은 노력을 해주고 계시지만, 별로 달라진 것 없이 똑같이 일하고 있는 것 같다”면서 “여전히 학부모님들 민원이 (교사에게) 바로 오기도 하고, 학교폭력전담조사관 제도가 시행됐지만 대부분 학폭은 담임교사가 맡는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전날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가 전국 교원 1만132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해 전날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다시 태어나면 교직을 선택하겠다’고 답한 교사는 19.7%에 그쳐 2012년 이래 최저를 기록했다. 또 지난 10일 교사노동조합연맹(교사노조)이 발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최근 1년 학생에게 교권침해를 당한 적이 있다’고 답한 교사는 57%, ‘학생 보호자에게 교권 침해를 당한 적 있다’는 응답은 53.7%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원명초에서 교생 실습을 하고 있다는 서울교대 4학년 김주성 씨는 “(서이초 사건 이후) 실제로 다른 길을 알아보는 동기들도 많지만, 이럴 때일수록 교사가 된 동기들이 앞으로는 이런 일이 없도록 더 마음을 다잡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의 스승의 날은) 선생님이 있기 때문에 우리 아이들이 잘 자라날 수 있다는 존경심을 되새기는 날이 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