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중국, 시대적‧구조적 기회요인…대선 시나리오별 영향 분석·전략 마련 시급"
올해 11월 5일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된다면 한국의 반도체와 바이오산업은 '청신호'가, 자동차와 이차전지, 방위산업과 철강·화학 산업은 '빨간불'이 켜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산업연구원은 12일 '미국 대선 향방에 따른 한국 산업 영향과 대응 방안'을 발표, 미국의 글로벌 공급망 '새판짜기'는 리스크인 동시에 다양한 업종에서 중국을 대체할 수 있는 시대적·구조적 기회요인이라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주요 이슈별 바이든과 트럼프 입장을 비교하고 △반도체 △자동차 △이차전지 △철강 △화학 △바이오의약품 △방위산업 등 7대 업종의 대선 시나리오별 주요 영향과 대응 방향을 담았다.
산업연구원은 트럼프의 부상은 미국 유권자의 절반가량이 바라고 있는 중국 견제와 국내 제조업 부활 요구에 따른 현상으로 진단했다. 민주당 역시 선거 승리를 위해 이 같은 요구들에 부응해야 한다고 판단한다는 것이다.
미국의 민주당과 공화당의 중국 견제에 대한 '전략적 기조'는 같지만, 방법론에서 차이가 있다는 설명이다.
민주당의 '디리스킹(De-Risking)'은 중국 수출제조업의 저가 공산품 수입 혜택은 최대한 유지하면서 반도체, 인공지능, 양자 등 첨단 분야 정밀 수출통제 및 국내 제조기반 육성으로 기술격차를 유지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공화당의 '전략적 디커플링(Strategic Decoupling)'은 중국 수출제조업 자체를 꺾어버린다는 과격한 입장이다. 무역으로 돈을 벌고 있는 이상, 중국의 군사‧첨단기술 자립화 진전은 막을 수 없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화웨이가 스마트폰을 연간 2억 대 이상 판매하는 것을 방관한다면 반도체 산업 발전은 필연적이라는 것이다.
다만, 양당 모두 반도체 보조금에는 대체로 동의하고 있다. 미국 입장에서는 중국, 대만, 한국, 일본 모두 불공정한 정부 지원으로 반도체 양산 능력을 키워왔다고 보기 때문이다. 미국 역시 막대한 정부 지원으로 인공지능 시대 제일 전략산업인 반도체 산업에서 '공정한 기회(Level Playing Field)'를 보장하겠다는 것이다.
미국 대선 결과에 따른 한국 산업의 영향은 바이든 재집권 시 ‘다자간 중국 견제 및 현상 유지’와 트럼프 당선 시 ‘양자 간 협상 위주 및 불확실성 증가’로 요약할 수 있다.
먼저 반도체는 미국의 초당적 중국 견제로 '시간을 벌었다'고 평가했다. 중국의 빠른 추격이 저지됐다는 것이다. 다만 시간이 갈수록 미국과 미국의 지원을 등에 업은 일본 기업과의 경쟁이 격화될 것은 우려스러운 점이다.
바이오의약품 분야 역시 중국 견제 흐름이 점차 강해지고 있다는 판단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등의 위탁개발생산(CDMO), 바이오시밀러에 반사이익이 감지되며 첨단 신약 개발 부문에서 미국 대형 제약사(빅파마)와의 연계가 강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반면 이차전지 산업은 불안한 모습이다. 트럼프 집권 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폐지 혹은 생산‧소비 보조금 축소로 한국 이차전지 주요 기업의 사업계획은 재검토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자동차 역시 대미 수출이 급증한 가운데, 트럼프가 관세 인상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 조기 종료에 따라 방위산업 수요의 급감, 방위비 재협상 등 리스크도 만만치 않다고 내다봤다.
철강의 경우 트럼프 집권 시에는 무역확장법(232조) 등을 통한 관세 인상, 국가별 수입 쿼터 축소 등 전통적 무역 장벽이 강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트럼프가 과격한 중국산 철강 수입 제한 조치를 발동할 경우, 중국 철강이 한국 시장으로 헐값에 유입될 공산이 크다고 진단하면서 선제 대응 방안 마련을 주문했다.
바이든 재집권 시에는 철강 및 화학 산업에서 친환경‧탈탄소 기술 개발이 중요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결국 비관세 장벽의 기반 논리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산업연구원은 바이든 재집권 시 미국을 비롯한 동맹과 연계 강화로 경제 안보 보장 강화, 북미 현지와 인도·태평양 주요 신흥국 시장 진출 확대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트럼프가 집권한다면 현지 시설투자 조건 악화 및 관세·비관세 장벽 강화에 대비해 대미 협상력을 올리고, 중국 돌발 리스크 관리·대응 체계를 고도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산업연구원 관계자는 "국가적 신 산업통상 전략 수입과 주요 업종별 경쟁우위 전략을 새롭게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과거 30년은 비용‧효율 등 '경제 논리'에 기반한 공급망의 확장 국면이며 미래 30년은 안보‧주권 등 '전략 논리'에 따른 국제 분업 구조 재편기"라며 "정부 조직과 기능 역시 한 차례 진화해야 할 시점"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