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에 방향성 제시”
SK하이닉스가 온디바이스(On-Device) 인공지능(AI)용 모바일 낸드 솔루션 제품인 ‘ZUFS(Zoned UFS) 4.0’을 개발에 성공했다.
고대역폭 메모리(HBM)로 대표되는 AI용 D램에 이어 고성능 낸드플래시 신제품을 통해 AI 메모리 시장에서 선두자리를 확고히하겠다는 포부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이번에 개발한 제품이 스마트폰에서 AI 기술 응용을 확대할 중요 기술로 평가한다.
SK하이닉스는 9일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에서 온디바이스 AI를 구현하기 위한 메모리로 ZUFS 4.0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온디바이스란 물리적으로 떨어진 서버의 연산을 거치지 않고 기기 자체에서 AI 기능을 구현하는 기술을 의미한다. 스마트폰에서 자체적으로 정보를 수집하고 연산하기 때문에 AI 기능의 반응 속도가 빨라지고 사용자 맞춤형 AI 서비스 기능도 강화되는 장점이 있다.
기기에 저장된 데이터를 빠르게 읽는 것은 온디바이스 인공지능 구현을 위한 중요 기술 중 하나로 꼽힌다.
SK하이닉스가 강조하는 기술은 ‘존드’(ZONED)로 이번 온디바이스 AI에 새롭게 적용됐다. 유사한 특성의 데이터를 동일한 구역(Zone)에 저장하고 관리해 운용 시스템과 저장 장치 간의 데이터 전송을 최적화해 ‘ZUFS’(Zoned Universal Flash Storage)로 불린다. 디지털 카메라와 휴대전화 등 전자 제품에 플래시 메모리로 사용된다.
이번에 개발한 ZUFS는 장시간 사용 환경에서 스마트폰 앱 실행 시간을 기존 UFS 대비 약 45% 향상시켰다. 또 저장장치의 읽기 및 쓰기 성능이 저하되는 정도가 UFS 대비 4배 이상 개선됨에 따라 제품 수명도 약 40% 늘어났다.
SK하이닉스는 2019년부터 고성능 낸드 솔루션에 대한 시장 수요를 예상하고 글로벌 플랫폼 기업과 협업해 ZUFS 개발을 시작했다. SK하이닉스는 초기 단계 ZUFS 시제품을 만들어 고객에게 제공했고, 해당 시제품을 바탕으로 고객과 협업해 국제반도체표준협의기구인 ‘제덱’(JEDEC) 규격에 적합한 4.0 제품을 개발했다.
2013년 회사가 HBM을 세계 최초로 개발한 이후 고객 및 파트너사들과 적극적인 협업에 나선 덕분에 이 시장 주도권을 잡은 것과 비슷한 상황이다.
SK하이닉스의 ZUFS 4.0 제품은 3분기부터 양산을 시작한다. 양산 제품은 향후 글로벌 기업들이 내놓을 온디바이스 AI 스마트폰에 탑재될 예정이다.
최근 삼성전자의 갤럭시 시리즈나 애플의 아이폰 등 AI 기능이 탑재된 모바일 기기가 확산하고 있다. 관련 업계에서는 이번 SK하이닉스의 ZUFS 4.0가 모바일 기기 내 AI 기능 구현에 획기적인 기술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종환 상명대학교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최근 AI 반도체가 대세인데 그에 적합한 낸드 메모리를 구현했다”며 “모바일 뿐 아니라 여러 분야에서도 AI 적용이 확대되는 만큼 이번 SK하이닉스의 개발은 관련 업계에 방향성을 제시한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SK하이닉스는 이번 AI 탑재 온디바이스용 낸드 솔루션 개발로 HBM과 함께 ‘글로벌 AI 메모리 업계 선두 자리를 지킨다는 계획이다.
특히 SK하이닉스 낸드 사업은 AI 열풍으로 HBM와 함께 실적을 견인하고 있다. 과거 ‘아픈 손가락’으로 불리며 적자를 면치 못했던 것과 대비된다
SK하이닉스에 따르면 올 1분기 낸드 판매가격은 전분기 대비 30% 이상 올랐고 낸드 사업 매출은 35%를 넘어섰다.
안현 SK하이닉스 부사장(N-S Committee 담당)은 “고객 요구에 부응하는 고성능 낸드 솔루션을 적시 공급하며 ‘글로벌 1등 AI 메모리 프로바이더(Provider)’의 위상을 공고히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