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KT와 공사비 갈등 중인 롯데건설, 하도급사에 ‘탄원서 내라’ 지시

입력 2024-05-08 05:00 수정 2024-05-08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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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2024-05-07 17:30)에 Channel5를 통해 소개 되었습니다.

▲롯데건설이 자양1재정비촉진구역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에 참여 중인 파트너사들에게 서명 후 제출하도록 한 탄원서.  (출처=독자 제공)
▲롯데건설이 자양1재정비촉진구역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에 참여 중인 파트너사들에게 서명 후 제출하도록 한 탄원서. (출처=독자 제공)

KT에스테이트(이하 KT)와 '자양1재정비촉진구역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이하 자양1구역 재개발)' 관련 1000억 원대 공사비 증액 다툼을 벌이고 있는 롯데건설이 KT를 압박하기 위해 파트너사(하도급사)를 동원한 것으로 확인됐다. 롯데건설은 하도급사에게 계약 금액 재조정을 골자로 한 탄원서에 서명하도록 하고, 추후 집회 등 집단행동까지 염두에 둔 가이드라인을 배포했다.

이러한 업무 행동 지시는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하도급법)'에 저촉돼 위법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는 것이 법조계의 해석이다. 특히 최근 업황 악화로 유동성 위기가 심화하는 협력사들의 어려움을 가중시킨다는 점에서 건전한 상생 경영을 저해하는 '갑질' 행위란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7일 본지 취재를 종합한 결과 롯데건설은 자양1구역 재개발 사업에 참여한 83개 파트너사(대형 9개·중소 74개/제외 5개)를 대상으로 공사비 증액을 위한 탄원서 및 가이드라인을 전달하고, 작성을 요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본지가 확보한 문건에는 공사비 문제로 대치 중인 KT를 우회 압박하기 위해 탄원서를 활용한다는 '공사중단 명분 및 트리거(Trigger, 방아쇠) 역할'이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다. 또한 연명부 확정→언론 보도→탄원서 취합→탄원서 전달 등의 세부적 타임라인도 언급됐다. 탄원서 전문은 롯데건설이 작성해 파일 형식으로 송부됐으며, 하도급사들은 사용인감 날인 또는 대표이사 서명 이후 회신하는 방식으로 취합이 이뤄졌다.

특히 '파트너사 RISK(리스크, 위험)' 항목을 통해 △도급 공사비 증액 시 파트너사 지급 명분 제공 △파트너사 공사비 증액을 위한 집단 행동 등 향후 집회 및 시위 동원까지 고려한 정황이 담겼다.

이같은 방식으로 취합된 탄원서는 롯데건설 측의 계획대로 광진구청 등에 접수된 상태다. 광진구청 관계자는 "관련 하도급사들의 탄원서가 접수돼 발주처인 KT측에 민원 내용을 전달한 상태"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롯데건설 측은 "발주처와 공사비를 협의하는 와중에도 파트너사에는 공사비를 조정해주고 있었다"며 "파트너사와의 상생을 위해 공사비를 해결하는 방안의 일환이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같은 행위는 다수의 하도급법 조항을 위반하는 탈법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게 법조계의 판단이다. 원청(갑)과 하청(을)이란 특수 관계 하에서 진행된 비자발적 행동 강요라면 쟁점으로 다툴 여지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백광현 법무법인 바른 공정거래그룹 소속 변호사는 "원도급사가 하도급에게 하기 싫은 일을 강요하거나 간섭하는 것은 '부당한 경영간섭'에 해당한다"며 "하도급법에선 지위를 이용해 하도급의 의무나 권리를 제안하거나 부과하는 것은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본지가 접촉한 하도급사 측은 롯데건설과의 향후 영업 및 파트너사 관계 훼손을 우려해 어쩔 수 없이 탄원서를 작성했다고 밝혔다.

탄원서를 제출했다는 하도급사 관계자는 "사실상 원청에 협조하지 않으면 공사비를 못 받을 수 있다고 압박하는 건데, 도장을 안 찍어 줄 하청이 어디있겠냐"며 "수십 개 파트너사 중 우리만 협조를 하지 않으면 찍힐 수 있다는 두려움이 있다"고 호소했다. 이어 "원청이 요구해서 탄원서를 작성한 것은 창사 이래 처음"이라고 덧붙였다.

향후 롯데건설 측이 KT로부터 증액된 공사비를 수령하더라도 하도급 업체에게 대금이 우선적으로 입금될지도 미지수다. 하도급사 관계자는 "롯데건설이 KT로부터 돈을 받는다고 해도, 그 돈을 하청에 먼저 입금해준다는 구두 약속 등은 없었다"며 "차후 정산 받기 쉽지 않을 것 같다고 판단하고 롯데 측이 추가로 요청하는 공정은 모두 거절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롯데건설은 해당 사업이 포함된 '구의역 롯데캐슬 이스트폴' 입주예정자협의회(입예협) 측 과도 갈등을 빚고 있다. 이 단지는 지난해 서울 분양 아파트 중 1순위 최고 경쟁률을 기록하며 전용면적 84㎡ 기준 최고 14억9000만 원에 달하는 고분양가에도 계약 1주일 만에 완판된 곳이다.

입예협은 지난해부터 48층 초고층 단지임에도 피난용 승강기가 없다며 설치를 요구했지만 롯데건설은 관련 건축법 개정안이 소급 적용되지 않아 설치 의무가 없다고 맞서고 있다.

이 단지가 포함된 자양1구역 재개발 사업은 KT 소유인 옛 전화국 부지 일대에 구의역 롯데캐슬 이스트폴 및 호텔, 광진구청사 등이 들어서는 대형 프로젝트다. 총 사업 규모는 1조 원을 웃돈다. 시공사인 롯데건설은 발주처인 KT에 물가 상승 등을 반영한 1000억 원 대의 공사비 증액을 요구했지만, KT 측이 계약 당시 조항인 '물가변동 배제 특약'을 이유로 거절하면서 수 개월째 협의점을 찾지 못하고 공회전 중이다.

롯데건설의 지난해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KT구의역세권 복합개발사업의 공사진행률은 50.86%(4월 1일 기준)이며, KT에 청구하지 못한 관련 미청구공사 총액은 911억7200만 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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