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무역 제재에 대해 중국이 베트남·멕시코 등을 통한 우회수출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6일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발표한 '중국의 대미국 우회수출 추이 분석'에 따르면 중국의 베트남을 통한 대미국 우회수출은 2018년 15억7000만 달러에서 2022년 30억2000만 달러로 늘어났다. 같은 기간 멕시코를 통한 우회수출도 53억 달러에서 105억5000만 달러로 모두 약 2배 증가했다.
보고서는 중국의 베트남 경유 대미수출이 통상법 301조 대중 관세 및 위구르강제노동방지법이 시행된 2019년을 기점으로 많이 늘어난 것으로 분석했다. 산업별로는 제재 전후(2015년 대비 2022년) △섬유(6억1000만 달러 증가) △금속가공(3억7000만 달러 증가) △전기광학장비(3억 달러 증가) 등 위구르강제노동방지법 타겟인 중국 신장 지역의 주력 생산품목을 중심으로 우회수출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중국의 멕시코 경유 대미수출 증가(2015년 대비 2022년)는 전기광학장비(17억1000만 달러), 펄프 및 종이제품(10억2000만 달러), 운송장비(7억6000만 달러) 등 분야에서 두드러졌다. 이 같은 우회수출 증가에는 미국의 대중 제재뿐만 아니라 미국-멕시코-캐나다 자유무역협정(USMCA) 및 인플레이션감축법(IRA)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이 베트남·멕시코를 활용해 제재를 피하는 것은 미국의 수입 동향에서도 확인됐다.
미국이 2019년 중국산 제품에 부과하는 관세를 인상한 결과, 해당 품목에 대한 대중국 수입은 2017년 3209억 달러에서 2023년 2335억 달러로 27.2% 감소했으며, 수입 의존도 역시 7.5%포인트(p) 하락했다.
반면 동기간 대멕시코 수입(2873억 달러→4430억 달러)은 1557억 달러 증가하며 증감액 기준 1위를 기록했다. 대베트남 수입은 연평균 12.7% 성장하며 연평균증가율 1위를 기록했다.
김나율 한국무역협회 연구원은 "대선을 앞둔 미국이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우회수출 제재를 시행할 가능성이 크다"며 "베트남과 멕시코에 진출한 우리 기업이 해당 제재로 인한 피해를 받지 않기 위해서는 중국 우회수출이 증가한 품목과 관련된 미국의 정책을 면밀히 모니터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생산 공정에 투입하는 중간재의 미국 수입 기준 충족 여부 검토 및 관련 입증 자료를 철저히 준비할 필요가 있다"며 "장기적으로는 산업별로 미국의 무역 규범을 준수하며 신뢰를 기반 공급망을 구축함으로써 중국 대비 비가격적 측면에서 경쟁우위를 확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