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에서 조그만 사과 과수원을 하시는 부모님께 사과농사로 재미를 좀 보셨냐고 했더니 모르는 소리 마란다. 지난해 사과가 냉해를 입어 오히려 시작부터 농사를 망쳤다고 한다. 결국 사과 값이 그렇게 뛸 때는 다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그래도 이곳 포르투갈은 과일값이 한국만큼 비싼 게 아니어서 다행이다 싶었는데 그렇다고 물가가 안정된 건 아니다. 때마침 포르투갈소비자보호협회가 2년 전과 비교해 슈퍼마켓에서 과일과 채소, 고기, 생선 가격이 얼마나 올랐는지 모니터링한 결과를 발표해 눈길을 끌었다.
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는 50유로로 오렌지, 사과, 바나나, 토마토, 콜리플라워 등 13가지 과일과 채소 25.35kg을 장바구니에 담았다. 하지만 2년 전엔 이 제품들을 같은 가격에 32kg까지 구입할 수 있었다. 오렌지와 양파는 지난 2년 동안 가격이 가장 많이 오른 제품으로 2022년 1월 오렌지 1kg 가격이 1.08유로였지만, 올해 4월에는 1.81유로로 67% 증가했다. 양파값은 kg당 1.90유로로 93%나 뛰었다.
생선은 2022년 1월에 50유로를 가지고 정어리, 연어 등 8가지 5.6kg을 살 수 있었다면, 지난달엔 4.8kg로 줄었다. 가장 비싼 생선인 연어는 kg당 15.73유로로 가격이 2년 전보다 45% 올랐다. 육류 역시 2년 전엔 50유로로 11kg 가량을 살 수 있었는데, 올해는 8kg이 조금 넘었다. 쇠고기 값은 46%, 칠면조 스테이크는 42%가 올랐다.
물가 불안이 이어지자 포르투갈 정부는 지난해 4월에 46개 필수식품에 대해 한시적 부가가치세 면제조치로 민생안정에 나섰고 일정정도 효과를 봤다. 하지만 이는 ‘진통제’ 같은 것이어서 올해 부가세 면제가 종료되자 이 중 22개 품목의 가격이 뛰었고 서민들의 한숨은 다시 깊어지고 있다.
코로나19로 심각한 타격을 입은 경제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중동 불안까지 겹치면서 안정궤도를 찾지 못하고 있다. 만리타국에서 작은 음식점을 운영하는 나도 지금의 경제 불안을 몸소 체험하는 중이다. 지구촌 곳곳이 식탁물가는 물론이고 주택가격, 공공요금까지 꿈틀대는데 임금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형상이다 보니 허리띠를 졸라맨 서민들은 우선 외식비부터 줄이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그 여파로 골목상점은 식자재비 인상에 매출 감소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소규모 자영업자 입장에선 음식값 인상 요인이 있지만 그나마 오던 단골손님마저 끊길까봐 조심스럽다. 같은 위치에 서보니 한국 ‘동네 사장님’들의 고충이 눈에 선하다. ‘춘래불사춘’. 계절은 이미 여름을 향해 가지만 마음속엔 아직도 찬바람이 분다.
코임브라(포르투갈)=장영환 통신원 chehot@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