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현로] 의대증원, 전략적 소통 절실해

입력 2024-04-2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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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규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ㆍ한국전략경영학회 회장

정부 ‘의사늘려 의료質 개선’ 판단
정교한 인력수급 논리 제시했어야
국민열망에 비전제시가 리더 역할

총선 이후에도 의·정 갈등이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정부 여당에서는 총선을 앞두고 국민들의 의료서비스 개선 욕구를 파악하고 이를 이슈화했다. 의료서비스 분야에서 우리나라가 OECD 평균에 못 미치는 부분이 바로 인구 1000명당 의사 수이고, 의료개혁을 위해 의사 수 증원에 우선순위를 두어야 한다는 논리는 충분히 제기할 만한 것이었다.그러나 이 통계에 지나치게 큰 비중을 둔 탓인지 의사 수, 나아가 의대 증원 이슈로 관심이 집중되면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커졌고, 이는 여당의 주요한 선거 패인 가운데 하나가 되었다.

OECD 통계를 살펴보면 우리 국민이 정부에 바라는 것은 의사 증원보다 의료비 부담에 대한 해결일 가능성이 크다. 우리나라와 일본은 여러 측면에서 비슷한 통계를 보이는데, 두 나라 공히 1000명당 의사 수가 2.6명으로 가장 낮은 편에 속하지만, 1000명당 병상 수에 있어서는 12.8개 및 12.6개로 OECD 국가 중 월등히 앞선 1, 2위를 기록하고 있다.

의료비용 대비 기대수명이 높으며, 치료받을 수 있는 질병에 따른 사망률은 매우 낮아 기대수명은 최상위권이다. 두 나라 모두 스스로 건강상태가 좋지 않다고 평가하는 사람의 비중이 높지만, OECD는 이를 고령화에 따른 것일 수 있다고 해석한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의료 질은 일본과 함께 최상위권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다만 기본건강보험으로 보장되는 의료비가 일본은 84.9%에 이르는 반면 우리 나라는 62.1%에 불과하다. 이 통계는 의사가 늘어나면 의료서비스 가격이 내려가서 의료비 부담이 줄어들 것이라는 기대가 국민들의 의사 증원 지지의 근본적 원인일 수 있음을 시사한다. 따라서 의료서비스에 대한 접근에 제약이 커지고 실제 의료서비스의 질이 내려가면서 증원 방침 고수가 지지되기는 힘들었던 것으로 보인다.

의대 증원 이슈는 국가를 조직으로 보는 관점에서 장기적인 인력계획으로 볼 수 있다. 전략을 수립하고, 이를 실행할 수 있는 조직을 구성하기 위해서는 필요한 역량을 갖춘 인력이 필요하다. 다만 미래에 필요한 일을 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사람들은 없거나 부족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장기적으로 수급하는 계획이 필요하다.

이러한 측면에서 점점 줄어드는 인구에도 불구하고 미래에 다른 분야의 인력을 줄이면서까지 의사들이 더 필요한 이유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 예컨대 AI와 로봇이 많은 분야에서 인간을 대체하면서 1인당 노동시간이 현저히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 속에서 인간 의사는 AI와 로봇으로 대체하기 쉽지 않다는 견해가 있다. 이러한 견해를 바탕으로 미래 사회에서 다른 직역 대비 의사 비중을 확대하는 데 초점을 두었다면 보다 건설적인 논의가 가능했을 것이다.

스티브 잡스는 고객들에게 무엇을 원하는지 물어보면 고객들은 단지 “빠른 말”을 원한다고 말할 뿐이라는 헨리 포드의 말을 인용하며, 기업은 고객이 원하는 것을 듣는 데 그치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빠른 말”을 원한다고 말하는 이면에는 사람들은 보다 빠르게 먼 거리를 이동하기 원하는 열망이 있으며, 이 열망을 채워줄 수 있는 제품, 즉 고객들이 원하게 될 제품을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이 이야기에서 중요한 것은 고객들은 미래를 알 수 없다는 것이 아니라, 고객들이 열망하게 될 미래를 보여주고 지지를 얻어내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전략 프로세스에서 전략 수립과 실행 사이에 중요한 연결고리는 전략을 소통하는 것이다. 소통은 참여를 이끌어낸다. 참여 없는 실행의 결과는 실패한 전략이다. 따라서 의사를 비롯한 이해관계자들이 갖고 있는 우려를 공감하고, 정책 실행의 결과 의사와 우리 국민들, 의대 증원에 따른 타격을 걱정하는 과학기술 분야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겪게 될 긍정적인 미래의 삶과 이에 대한 근거를 투명하게 제시함으로써 이해관계자들의 공감과 참여를 얻는 데 보다 우선순위를 두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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