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 침체·인구 감소·코로나19 등 맞물려
급변하는 트렌드에 대응 못해...변화 시급
"한국ㆍ일본뿐 아니라 미국도 사양화"
국내 지역 백화점의 부진은 인구 감소와 소비 침체가 맞물린 결과로 분석된다. 한국과 지리적으로 가까운 일본은 한때 ‘백화점 왕국’으로 불렸으나, 소비침체로 인해 수년 전부터 백화점 산업이 빠르게 쇠퇴하고 있다. 일본 백화점업계 역시 MZ세대를 겨냥해 특화 점포를 내세우며 돌파구를 찾고 있다.
6일 일본백화점협회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 일본 백화점 점포 수는 177개로 10년 전인 2014년 3월 대비 26.9% 감소했다. 2010년 261개를 시작으로 매년 우하향 곡선을 그리며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것이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인 2020년 일본 백화점 점포수는 전년 대비 5.8% 줄어드는 등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점포수가 줄면서 일본 백화점의 총 매출도 급감했다. 10년 전인 2014년 3월, 약 6818억 엔(6조247억 원)이던 일본 백화점 총 매출은 올해 3월, 약 5109억 엔(4조5164억 원)으로 25% 감소했다.
폐점도 이어지고 있다. 일본 혼슈 시마네현 마쓰에시에 있는 이치바타 백화점은 올해 1월 문을 닫았다. 1958년 개점한 이치바타 백화점은 시마네현 유일 백화점으로 65년간 영업을 해왔다. 하지만 올해 사업을 접으면서 시마네현은 야마가타, 도쿠시마에 이어 일본에서 ‘백화점이 없는 세 번째’ 현(県)이 되고 말았다.
앞서 작년 1월 일본의 수도 도쿄의 중심가인 시부야의 명소로 꼽히던 도큐백화점 본점도 문을 닫았다. 1967년 11월 문을 연 도큐백화점 본점은 그간 패션과 문화를 선도하는 일본 대표 백화점으로 이름을 날렸으나, 반세기 만에 폐점했다. 같은 해 홋카이도 오비히로시 후지마루백화점도 122년의 역사를 뒤로 하고 폐점했다. 2020년에는 창업 320년 역사를 가진 혼슈 야마가타현 오누마 백화점도 문을 닫았고, 세이부백화점 이케부쿠로 본점도 최근 폐점했다. 이밖에 도쿄 신주쿠의 오다큐백화점도 매장을 축소·이전했다.
일본에서 백화점 산업이 몰락하고 있는 결정적 배경은 ‘소비 침체’다. 1980~1990년대 일본 백화점은 중산층의 나들이 장소로 꼽혔다. 하지만 1980년대 말부터 시작된 버블경제로 인해 일본 백화점은 침체기에 빠졌다. 여기에 인구 감소, 코로나19 팬데믹 등이 오프라인 소비시장을 더 빠르게 위축시켰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경기 불황이 오면 유통 분야가 직격탁을 맞는데, 그와 동시에 가격 경쟁력이 중요해진다”며 “백화점은 중·고가 제품 위주로 팔고 인건비에 따른 서비스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데, 불황으로 주머니 사정이 어려워진 고객은 자연스럽게 백화점 소비를 줄이게 된다”고 분석했다.
이어 그는 “한때 중국 소비자들이 한국 백화점과 면세점의 큰손이었지만, 최근 중국 방문객도 줄고 내수 경기가 좋지 못해, 한국 백화점 등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이는 비단 한국, 일본만 그런 게 아니고 미국 백화점도 사양화 되고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