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출신으로 이재용 회장 사법리스크 해소에 앞장
이 회장 2심 재판도 진두지휘 할 듯
23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엄대현 부사장은 최근 승진해 DX부문 법무실 담당 사장을 맡게 됐다. 2013년 연말 인사에서 부사장에 오른 후 10년 만에 사장 승진이다.
검찰 출신인 엄대현 사장은 2000년 삼성전자 법무담당 임원(상무)으로 영입돼 미래전략실(미전실) 법무실 등을 거쳤다. 2008년 5월 전무, 2013년 12월 부사장으로 진급했으며, 이번에 사장으로 승진해 김수목 법무실장(사장)과 호흡을 맞추게 됐다.
엄 사장은 박근혜 정부 당시 ‘국정농단’ 사건으로 기소된 이재용 회장의 특검 수사 대응을 주도한 인물 중 한 명이다. 2017년 2월 17일 이 회장이 끝내 구속을 피하지 못하자 미전실 해체와 함께 회사를 떠났다가 2020년 복귀했다.
삼성전자에서 ‘원포인트’ 인사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드문 일이다. 최근 사례로는 하만 인수 등 대형 인수합병(M&A)를 주도한 안중현 삼성전자 사장이 있다. 안 사장은 미전실과 사업지원TF 등 핵심 부서에서 근무했으며 2022년 4월 원포인트 인사로 사장에 승진했다.
재계에선 엄대현 사장의 이번 승진에 대해 이재용 회장이 계열사 부당합병·회계부정 혐의 관련 1심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것과 무관하지 않다고 해석한다.
지난 2월 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는 이재용 회장의 경영권 승계 과정에 불법행위가 없었다고 판단해 무죄를 선고했다. 제일모직 자회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와 관련한 거짓공시·분식회계를 한 혐의도 재판부는 무죄로 판단했다. 2020년 9월 기소된 이후 3년 5개월 만이다.
엄대현 사장은 2020년 삼성전자에 복귀해 이재용 회장의 재판에서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대형로펌 변호사는 “수사 또는 재판에서 ‘오너 리스크’가 해소됐다면 법무팀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지기 마련”이라며 “물론 직접 소송을 담당한 로펌이 상당한 기여를 했겠지만, 그 로펌을 연결하고 변호인단을 꾸린 법무팀에 승진 인사가 이어지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엄 사장은 앞으로 김수목 실장과 함께 이재용 회장의 2심 재판을 진두지휘할 전망이다. 서울고법 형사13부는 다음 달 27일 오후 3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 회장과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 등 14명의 항소심 첫 공판준비를 진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