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자산운용사들 굴리는 돈, 은행의 2배 육박…“자금줄 쥐락펴락”

“4대 자산운용사, 운용 자산 미 연간 GDP 수준”
2008년 금융위기에 따른 은행 규제 강화에 반사이익
장기간 저금리로 소비자들 예금보다 펀드에 뭉칫돈

▲미국 뉴욕에 있는 블랙록 건물에 회사 로고가 보인다. 뉴욕/AP연합뉴스

미국 자산운용사들이 은행보다 2배 가까이 많은 자산을 관리하며 미국 경제 자금줄에 대한 통제력을 강화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SJ이 정보제공업체 HFR, ICI 등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분석한 결과 전통적 자산 매니저, 사모펀드 매니저, 헤지펀드 등이 운용하는 자산 규모는 현재 43조5000억 달러(약 6경 원)로 추정됐다. 이는 은행들이 관리하는 자산 규모 23조 달러의 2배 가까운 수준이다. 2008년만 하더라도 미국의 은행과 펀드 매니저의 운용 자산 규모는 약 120억 달러로 비슷했다.

특히 블랙록, 피델리티, 스테이트스트리트, 뱅가드 등 미국 4대 자산운용사가 관리하는 자산은 26조 달러로 이는 미국 연간 국내총생산(GDP) 수준이라고 WSJ은 전했다.

자산운용사의 급격한 성장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부터 시작됐다. 당시 새로운 규제로 인해 은행의 투자와 대출이 줄면서 펀드 매니저들이 확장할 수 있는 여지가 생겼다는 분석이다. 또 미 기준금리가 10년여간 낮은 수준으로 유지됨에 따라 투자자들은 예금이나 국채보다 펀드에 돈을 넣는 것을 선호하게 됐다.

거대 펀드 운용사들은 또 주로 기관과 고액 자산가들을 위한 금융 슈퍼마켓 역할을 하고 있지만 점점 더 중산층 투자자들로도 대상을 넓히고 있다.

이에 펀드 자금이 눈덩이처럼 불면서 사모펀드 매니저들은 이번 달에 발표된 포브스의 미국 억만장자 목록에서 다른 어떤 직업보다 많은 41명이 이름을 올렸다. 또 미국 억만장자의 5.5%를 차지, 이는 10년 전 3%에 비해 거의 두 배에 이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