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올해 4분기 CBDC 실거래 테스트…“실제 가치 가진 형태로 발행”

▲성준이 한국은행 금융결제국 디지털화폐연구부 팀장은 4분기 진행될 CBDC 실거래 테스트에서 "예금토큰을 실제 가치를 지닌 형태로 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시온 기자 zion0304@)

한국은행이 올 하반기부터 중앙은행 발행 디지털 화폐(CBDC, Central Bank Digital Currency)의 가상환경 기술실험과 일반인 참여 실거래 테스트를 본격 진행한다. CBDC 테스트에서 프로그래밍 기능을 활용한 다양한 혁신적 지급 및 금융 서비스를 구현하는 기틀을 마련해 금융 혁신을 촉진한다는 구상이다. CBDC는 중앙은행이 분산원장 등의 기술을 활용해 전자적으로 발행하는 디지털 화폐다. 지폐와 동전과 같이 가치가 액면가로 고정되는 ‘법화(法貨)’, 즉 법정화폐다.

성준이 한국은행 금융결제국 디지털화폐연구부 팀장은 18일 서울시 강남 섬유센터에서 진행된 ‘2024 블록체인 밋업 콘퍼런스(BCMC)’에서 “10만 명의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CBDC 실거래 활용성 테스트가 11월 혹은 늦어도 12월에 착수돼 내년 2월까지 진행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국은행의 CBDC 설계모델은 크게 4가지 형태로 구분된다. CBDC는 기관용 결제자산으로 은행만 보유할 수 있고, 이를 기반으로 은행이 I형통화(예금토큰)를 발행하게 된다. 성 팀장은 “이 두 화폐는 실거래 테스트에서 실제 경제적 가치를 지니는 토큰으로 발행을 해볼 예정”이라고 밝혔다. 나머지 II형통화(이머니 토큰)와 III형통화(특수지급토큰)는 가상 실험을 통해 검증할 예정이다.

성 팀장에 따르면 I형통화인 예금토큰의 이체 과정은 기존 시스템과 동일하다. 자행이체의 경우 소유권 이전의 형태로 진행된다. 타행이체의 경우 이체를 보내는 은행에서 예금토큰을 소각한 뒤 이체를 받는 은행에 CBDC를 전달하면, 해당 은행에서 이 CBDC로 예금토큰을 새로 발행하는 ‘번 앤 이슈(Burn & Issue)’ 모델을 활용했다.

성 팀장은 이 이유를 전기차 개발에 빗대어 설명했다. 그는 “전기차도 기존 법 제도에 맞춰서 하드웨어는 비슷하게 유지하면서 우선 엔진만 교체해 개발했다”면서 “(CBDC도) 법과 제도 등이 아직 기존 예금 시스템과 맞춰져 있기 때문에, 기존과 비슷하게 설계하고 지켜봐야할 부분이 아직 많다”고 말했다.

성 팀장은 CBDC 연구에서 분산원장과 토큰화에 이렇게 주목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토큰화의 의미와 장점을 통해 설명했다. 그는 “토큰화는 화폐 개념에선 ‘크립토에서 처음 제안한 새로운 그릇, 자산에 대한 거래기록(DB)과 자산 이전의 규칙과 로직을 통합한 그릇’으로 정의된다”면서 “여기서 규칙과 로직이 스마트컨트랙트, 프로그램 가능성을 뜻한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전통 지급결제 시스템은 어플리케이션 계층(레이어)과 데이터베이스(원장)가 분리돼 있어, 각 은행이 책임을 지고 고객의 계좌 정보 등이 들어있는 원장을 관리한다. 반면, 분산원장은 여러 데이터를 공유하면서 정보가 한번 변경되면 모든 노드가 동기화돼, 동일한 데이터를 볼 수 있다. 어플리케이션 계층과 데이터베이스가 하나인 구조인 것이다.

이에 따라 토큰화는 즉시성, 투명성, 자동화라는 장점을 가질 수 있고, 이를 활용하면 기존 시스템의 혁신을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인터넷진흥원, 한국은행이 '블록체인, 그리고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CBDC)를 주제로 한 '2024 블록체인 밋업 콘퍼런스'를 서울시 강남 섬유센터에서 18일 개최했다. (이시온 기자 zion0304@)

한편 이번 ‘2024 블록체인 밋업 콘퍼런스’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한국은행이 공동 개최해, ‘블록체인, 그리고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를 주제로 다양한 연사들이 블록체인 기술의 활용과 CBDC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다.

이날 이한녕 한국은행 금융결제국장은 행사 개회식에 참석해 CBDC 활용성 테스트가 미래 화폐에 대한 의미 있는 실험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국장은 “한국은행은 책무는 보수적이지만 국민과 기업, 정부에 안전하고 효율적인 인프라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면서 “목표는 올해 말 시작해서 내년까지 국민들이 미래 화폐를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한국은행도 미래를 준비하고, 관련 업계에서도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발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