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뉘신지?”…‘후보’ 사라지고 ‘정당’만 남았다 [배틀필드410]

입력 2024-04-02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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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보 이름을 오늘 처음 들었어요.
너무 생소한 사람들이 나온 것 같아요.

총선을 불과 일주일여 앞둔 2일, 본지가 보수의 ‘대표적 텃밭’이자 민주당엔 ‘사지’(死地)로 불리는 강남갑을 찾았다. 그곳에서 만난 유권자들은 투표 의지를 보이면서도 “양당에서 너무 생소한 사람들을 내보냈다”고 토로했다.

강남갑은 22대 총선에서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기존 지역에서 활동해오던 인사가 아닌 ‘외부 인물’을 심은 곳이다.

국민의힘은 이 지역 현역인 태영호 의원을 구로을로 재배치한 뒤, ‘국민추천제’를 통해 의료행정 30년 경력의 서명옥 전 강남구보건소장 공천했다. 험지인 강남구 공천에 어려움을 겪던 민주당 또한 지역위원장 대신 김태형 민주당 교육연수원 부원장을 후보로 확정했다.

◇= ‘이름’ 사라지고 ‘정당’만 덩그러니…유권자는 ‘싸늘’

▲2일 논형동 한 초등학교 울타리에 22대 총선 후보자 선거 벽보가 붙어있다. (김은재 기자. silverash@)
▲2일 논형동 한 초등학교 울타리에 22대 총선 후보자 선거 벽보가 붙어있다. (김은재 기자. silverash@)

22대 총선에서 맞대결을 펼칠 서명옥·김태형 후보는 강남갑 출마가 이번이 처음이다. 여야 모두 선거 때마다 강남갑 후보자의 얼굴을 바꿔왔다.

여당의 경우 19대 이후 지금까지 심윤조·이종구·태영호·서명옥 순으로, 민주당은 김성욱·김성곤(20, 21대)·김태형 순으로 후보를 교체한 이력이 있다. 보수 정당에겐 ‘누굴 내보내든 뽑힐 곳’이란 인식이 영향을 미쳤고, 진보 정당은 후보자들이 험지 출마를 꺼려 늘 어려움이 있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유권자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인근에서 만난 한 70대 남성은 강남갑에 출마한 양당 후보에 대해 “다 처음 보고 생소한 사람들”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두 후보가 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 다들 관심이 없는 게 너무 생소한 사람들이 후보로 나와버렸기 때문일 것”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혹시 아는 후보 이름이 있냐’는 질문엔 “서명옥 후보”라고 답하면서도 “처음 듣는 사람”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또 “민주당 측 후보의 이름은 모르겠다. 민주당은 (이 지역에서) 표가 안 나오니 일찍이 포기한 것 같다”고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역삼동에 사는 박모 씨도 “서 후보는 오늘 마주쳐서 처음 이름을 알게 됐다”며 “저쪽(민주당)에서도 누가 나오는지 모르겠다”며 비슷하게 반응했다.

30년 가까이 논현2동에 거주했다는 이모 씨는 “2번을 찍을 것”이라고 답했지만, 정작 “(양당) 후보 이름은 잘 모르겠다. 무조건 정당을 보고 찍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씨는 보수 정당을 지지하는 이유에 대해 “지금까지 그래왔기 때문”이라며 “제 주변을 봐도 10명에 9명은 보수를 찍겠다고 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행보도 그렇고, 제1야당은 전혀 지지하지 않는다”고 부연했다.

두 후보의 이름과 이력을 정확히 아는 유권자도 간혹 보였다. 논현2동에 사는 다른 이모 씨는 “여기서 20년 가까이 살았는데 박근혜 전 대통령을 제외하곤 늘 민주당을 찍어왔다”며 “이번에도 진보 정당을 찍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서 후보의 경우 의사로 근무한 이력도 있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 여야, 압구정 쟁탈전…“재건축 제1과제로” “복지시설 확충”

▲2일 서명옥 국민의힘 강남갑 후보가 논현동 소재 초등학교 하교길에서 학부모들과 만나 얘기를 하고 있다. (김은재 기자. silverash@)
▲2일 서명옥 국민의힘 강남갑 후보가 논현동 소재 초등학교 하교길에서 학부모들과 만나 얘기를 하고 있다. (김은재 기자. silverash@)

초행길인 두 후보는 선거를 목전에 두고 이름 알리기에 골몰하고 있다. 특히 십수 년간 재건축 이슈로 표심이 갈리는 압구정 일대를 두 후보 모두 집중공략하는 모습이다.

서 후보는 이날 재건축 논의가 활발한 압구정 현대아파트 부근에서 아침 인사를 한 데 이어, 논현동 소재 한 초등학교 하교길을 찾아 학부모들에게 지지를 호소했다.

그는 “강남은 도시가 생긴 지 거의 40년이 지났다. 그러다보니 재개발·재건축이 가장 뜨거운 이슈”라며 “현장에 직접 가보면 재건축을 신속히 진행해달라는 목소리가 많다”고 전했다. 또 “‘강남’이라는 이유로 서울교육청에서 지원금을 못 받아 노후화된 학교가 많다”며 “학교 시설 개선 등을 중점적으로 살펴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서 후보는 전날에도 보도자료를 내고 “국회의원으로 당선되면 압구정 신속통합기획을 포함한 강남 지역 재건축, 재개발을 제1 과제로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와 함께 압구정, 청담동에 적용된 토지거래허가제 해제를 추진하겠다고 공약한 상황이다.

이날 하교길에서 서 후보를 만난 일부 학부모들은 그를 지지한다며 응원하며 셀카를 요청하기도 했다.

▲2일 김태형 후보가 압구정역 인근에서 유세차량에 올라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김은재 기자. silverash@)
▲2일 김태형 후보가 압구정역 인근에서 유세차량에 올라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김은재 기자. silverash@)

김 후보도 이날 압구정동 사수에 주력했다. 그는 아침 압구정 둘레길, 압구정역 출근 인사를 한 데 이어 오후엔 압구정역 인근에서 총집결 유세를 진행했다. 총집결 유세에는 우상호 의원(서대문갑)과 유은혜 전 교육부 장관이 함께 해 김 후보에 힘을 실어줬다.

김 후보와 함께 유세차량에 오른 우 의원은 “강남갑에서 끊임없이 국민의힘 후보를 당선시켜주니 이젠 자격이 부족한 후보도 강남갑에 보내는 관행이 생겼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제가 직접 들었다. 친한 한 여당 의원은 ‘이제 가만히 보니 강남갑은 아무나 (내보내도) 돼’라고 하더라”며 지지를 호소했다.

김 후보는 공약 홍보에 집중했다. 그는 “어르신 인구가 계속 느는데 어르신 복지시설이 협소한 건 압구정동의 가장 큰 문제”라며 “예산을 더 많이 확보해 어르신들이 노후를 편안하게 보내실 수 있도록 잘 모시겠다”고 했다. 또 “지지부진한 재건축도 신속히 마무리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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