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시각] 푸바오가 남기고 간 것들

입력 2024-04-0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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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선영 디지털뉴스부장

판다외교 상징…국민사랑 받았지만
보살핌 없이 버림받은 동물도 많아
‘동물권’ 인식높여 돌봄에 차별없길

푸바오가 떠난다. 판다 한 마리 떠나는 것에 뭐 그리 유난이냐 할 수도 있겠지만, 우리 역사상 동물이 이렇게 사랑을 받았던 적도 있었던가 싶은 것이 사실이다.

사실 푸바오가 특별한 판다이긴 하다. 한국에서 처음으로, 그것도 자연번식으로 태어난 푸바오는 출생 자체가 한중 친선 도모의 상징이라는 정치적 의미를 갖고 있다. 판다를 외교에 적극 활용하는 중국은 2016년 푸바오의 아빠 러바오와 엄마 아이바오를 한국으로 보냈다. 하지만 같은해 사드(THAAD) 사태가 터지면서 한중 관계는 급격하게 얼어붙었고, 2020년 코로나 사태까지 겹치면서 냉랭한 관계가 이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푸바오가 태어났고, 푸바오는 한국에서 거의 유일하게 우호적인 중국 관련 콘텐츠가 됐다. 푸바오가 불러일으킨 경제적 효과도 엄청났다. 에버랜드와 판다월드 입장객부터 굿즈 판매량까지 크게 늘었으며, 유튜브와 SNS 게시물에서는 푸바오 이름만 걸쳐도 조회수가 폭발했다.

무엇보다 푸바오는 귀엽고 사랑스럽다. 판다 중에서도 ‘미형’이라는 푸바오는 특유의 해맑은 표정과 귀여운 몸짓으로 ‘푸공주’ ‘푸뚠뚠’ ‘푸린세스’ ‘푸룽지’ ‘푸짜렐라’라는 수많은 별명을 탄생시키며 삶에 지친 국민에게 위로를 안겨줬다. 이런 푸바오가 떠난다고 하니,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가는 길에 혹시 스트레스를 받지 않을까 싶어 그야말로 ‘지극정성’이다. 공항까지 가는 길에는 무진동 특수 수송차량이 동원되며 중국 측이 제공한 전세기로 이동한다. 푸바오의 심리적 안정을 위해 강철원 사육사가 중국까지 동행한다.

푸바오가 받는 사랑이 흐뭇하면서도 한편으로 씁쓸하다. 얼마 전 전해진 한 동물원 소식 때문이다. ‘갈비 사자’ 논란으로 알려졌던 김해의 이 동물원은 지난해 영업을 중단했는데 이 폐업 동물원에 동물들이 그대로 남아 있다고 한다. 심장이 좋지 않다는 백호와 정형행동을 보이는 사막여우, 온몸에 털이 빠진 타조 등 현재 이곳에 남아있는 동물은 모두 13마리로 이들은 제대로 된 보살핌을 받지 못한 채 방치된 상황이다. 이 동물들 역시 한때는 푸바오처럼 사랑받는 존재였으나, 인간에게 쓰임이 다한 지금 어떤 보호도 받지 못하는 상황에 처해진 것이다.

사실 푸바오가 사랑을 받고 있다고는 하나 이 역시 인간 중심의 사고에서 가능한 발상일 뿐이다. 푸바오 역시 종 보호라는 미명 아래 좁은 내실과 한정된 방사장을 오가며 그들의 본능을 제한당한 채 살아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결국 인간의 취향에 맞는다는 이유로 극진한 보살핌을 받는 푸바오와 나이들고 병들었다고 폐기물 취급받는 폐업 동물원의 동물들을 대하는 인간의 근본적 태도는 같다고 볼 수 있다. 인간과 동물을 구분하고 계층화하는 것 말이다. 이는 용어로도 설명된다.

영국 심리학자 리처드 라이더는 동물의 권리에 대해 이야기하며 ‘종차별(speciesism)’이란 용어를 처음 사용했는데, 인간이 인간을 피부색깔이 다르다고 ‘인종차별’을 하고 성(sex)이 다르다고 ‘성차별’을 하는 것처럼 동물을 종(species)이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하고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그는 인간뿐만 아니라 다른 동물들도 고통을 느끼고 스스로를 인식하는 존재로서 존중받아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인간의 이기심이 종차별의 개념을 확대(?)해 동물과 동물을 차별하는 종내 차별 혹은 종간 차별에 이르렀다. 참으로 잔인한 일이다.

푸바오는 떠나지만 여전히 수많은 동물들이 쓰임이 다했다는 이유로 최소한의 돌봄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그리고 한 가지 더. 푸바오 역시 우리에서 또 다른 우리로 옮겨갈 뿐이란 사실을 주지해야 한다. m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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