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자산·대체투자 결합해 역량강화
투자효율 높은 ETF시장 전망 좋아
“연간 7% 안팎에서 꾸준한 수익률을 거두는 안정적인 금융투자 상품을 선보이는 게 경영전략이자 목표입니다. 이를 통해 고객과 수익을 함께 나눠 신뢰 받는 자산운용사를 만들고 싶습니다.”
최승재(48) 우리자산운용 대표는 28일 서울 여의도 파크원 타워1 대표이사(CEO)실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갖고 “장기 투자는 변동성이 크지 않은 투자자산을 기초로 할 때 가능하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부동산 실물 투자 펀드, 선박 인프라 펀드, 기후위기 대응 펀드, 글로벌 대체투자 펀드 등 경쟁력 있는 신상품 출시로 수익성 제고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우리금융그룹은 지난달 29일 자회사 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개최하고 우리자산운용 신임 대표이사에 최승재 당시 멀티에셋자산운용 대표를 최종 후보로 추천했다. 1976년생 젊은 피를 수혈한 우리금융은 최 대표가 보유한 대체투자 전문성에 기대를 걸고 있다.
최 대표는 대표적인 ‘대체투자 전문가’로 손꼽힌다. 한국에 없던 대우증권 스팩(SPAC·기업인수 목적회사) 1호 제도에 처음 참여했다. 금융감독원·한국거래소와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며 민간 최초로 자본시장법 규정을 개정·도입했다.
2016년부터 멀티에셋자산운용을 맡아 중견 대체자산운용사로 성장하는 데 중추적 역할을 담당했다. 대체투자란 주식이나 채권과 같은 전통적인 투자 상품이 아닌 사모펀드, 헤지펀드, 부동산, 원자재, 선박 등 다른 대상에 투자하는 방식을 뜻한다.
올해를 ‘비(非)은행 경쟁력 강화 원년’으로 삼은 우리금융은 우리자산운용과 우리글로벌자산운용 합병을 완료, 순자산총액(AUM) 43조 원을 달성하며 업계 10위 자산운용사로 거듭났다. 지난달 말 기준 총 운용자산은 43조7000억 원으로 순위를 10등까지 끌어올리며 ‘톱 10’에 진입했다.
우리자산운용은 기존 머니마켓펀드(MMF)·채권 등 전통 자산 중심의 포트폴리오에서 대체투자로 사업영역을 넓히고 있다.
우리글로벌자산운용과 합병 초기인 우리자산운용 지배구조를 안정시키고 속도감 있게 영업망을 확장할 수 있는 ‘세대교체’형 인재로 영입된 최 대표는 지난 5일 자회사 주주총회에서 대표로 선임된 직후 공식 업무를 시작했다.
이날 최 대표는 “공모 펀드를 론칭하고 결과적으로 균형 잡힌 ‘밸런스드 포트폴리오’를 구축한 이후 이를 기반으로 연금 상품까지 출시할 예정”이라고 방향을 공개했다.
기본적으로 장기 투자 성격을 지닌 연금은 금융투자시장이 다소 빠져도 저가 매수하면서 단가를 낮추는 식으로 4~5%대 수익률을 유지하도록 설계할 수 있는 유리한 금융상품이라는 설명이다.
최 대표는 내부수익률(IRR) 7%에 의미를 부여했다. 해마다 ‘7% 수익률’이 10년 동안 쌓일 경우 자산은 원금의 약 2배에 도달하기 때문이다.
그는 “30~40년 뒤에 10억 원보다 더 모으고 싶거나, 10억 원이란 목돈을 만드는 시기를 앞당기고 싶다면 월간 투자금액을 늘리면 된다”며 “이처럼 미래 재산 형성 계획이 설계 가능해야 고객들 사이에서 장기 투자가 일상이 된다”라고 진단했다.
우리자산운용 주요 펀드들은 20년 가까이 장기적으로 탄탄하게 운용되고 있어 중위험·중수익 상품 개발에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것이 최 대표 분석이다. 2005년 3월 설정된 중소형 고배당 주식형 펀드의 18년간 누적수익률은 605.7%로 연 32.2%에 달한다.
2005년 7월 첫선을 보인 하이플러스 채권형 펀드 역시 같은 기간 누적수익률 102.98%, 연 5.51%를 기록 중이다. 이에 앞선 2004년 10월 지속가능 ESG 펀드 19년 누적수익률은 216.89%로 연 11.27%에 이른다.
최 대표는 “펀드 개수를 줄여 운용 효율성을 높이겠다”면서 “효율성 극대화를 통한 수익률 상승분을 고객과 나누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모(母) 펀드 하나에 자(子) 펀드가 여러 개 존재하는 소위 비빔밥을 만드는 것”이라고 비유했다. 대표 펀드 운용성과를 제고하고자 연금 펀드 수익률을 개선하는 한편 리모델링을 단행한다.
“비빔밥 안에 다양한 식재료를 개인 기호에 맞춰 양을 조절하고 간을 맞춰 비벼 먹듯이 투자자 성향에 따라 채권, 금, 외화, 부동산, 주식, 심지어 미술품까지 모든 자산 군에 투자하면서 각 섹터별 비율을 조절해 변동성은 낮추고 수익은 일정 수준 가져가게끔 포트폴리오를 짜게 된다”고 부연했다. 이는 기관투자자, 즉 연기금 운용 방식이다.
최 대표는 “결국은 기관 중심 고객 체제에서 벗어나 개인들이 투자할 수 있는 공모 상품을 론칭하겠다”며 “현재 상품군은 다양화돼 있으나 이제는 여러 자산이 섞여 있는 균형 잡힌 포트올리오를 추구하는 펀드를 내놓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최 대표가 거듭 강조하는 ‘밸런스드 포트폴리오’인 셈이다.
이어 “장기투자형·배당형·채권형 상품 출시로 상장지수펀드(ETF) 상품들을 라인업하고 있다”며 “ETF 쪽을 확장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동일한 투자라도 효율성 높은 투자를 해야 하는데, 비용 절감 측면에 해당하는 상품이 ‘ETF’라는 입장이다.
최 대표는 “우리 펀드가 ETF를 담을 것”이라며 “ETF는 지금까지 발명한 금융상품 가운데 혁신적인 상품”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ETF 시장 성장성을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박일경 기자 ekpark@
손민지 기자 handm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