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실 풍경] 개인주의는 이기주의가 아닌데…

입력 2024-03-2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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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는 예쁜 얼굴에, 춤도 잘 추는 소위 ‘인싸’ 여고생이었다. 학교 댄스 동아리에 합격하였고, 동아리 회원끼리 친해져서 같이 다니게 되었다. 그들과 같이 다니면서, 타인들이 선망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걸 느낄 때, 아이돌이 된 듯한 환희에 빠지기도 하였다고 한다. 그런 그녀가, 어느날 진료실을 방문하였다. “너무 힘들어요. 학교가 끝나면 같이 놀러 다니는데요, 저는 오늘 노래방 가고 싶은데, 다른 애들이 영화 보고 싶다면 거기에 따라야 해요. 한 명이 화장실 가면 같이 따라가야 하는 것도 이해가 안 돼요.”

외국에서 초등학교를 다녔던 그녀에게 이런 문화는 개인의 사생활이 침해받는 것이어서 견디기 힘들었던 것이다. “급한 일이 있어 혼자 집에 가야 되면, 주변에서 물어봐요. 싸웠냐고. 혼자 밥 먹는 아이들은 왕따가 확실하다고 여기고요. ”

그런 문화 속에서 살아왔던 평범한 한국 아저씨였던 나 자신은, 어린 여고생의 어리둥절함과 당혹감에 얼굴이 붉어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전공의 시절, 일본에 잠시 연수를 다녀왔던 적이 있었다. 사려 깊고 친절하나, 서로 간 경계선이 분명한 그들의 문화에 크게 놀라게 되었다. 겸상보다 혼밥을 즐겨하고, 친구 간은 물론이고, 연인 간에도 식사 후 각자 자기 밥값을 계산하는 문화, 회사동료끼리도 절친이 아니면 개인 전화번호를 공유하지 않는 문화에 적잖이 한국과의 큰 차이를 느낄 수 있었다.

문화에 우열은 없고, 서로 간의 장단점이 있으리라 생각한다. 한국의 집단주의 문화는 협업을 필요로 하는 1차산업, 공업입국 시대에는 큰 강점이었겠으나, 개인의 창의력을 중시하는 3차산업에서는 약점이 많이 부각될 수 있으리라 본다. 또한 갱스터 문화가 형성되면 다른 집단과 지나친 갈등을 불러일으키고, 공공질서를 무시하는 조폭스러운 현상을 일으키기도 한다.

이제는 ‘개인주의’를 ‘이기주의’로 보는 문화에서 벗어나, 더 관용적인 시선으로 보아야 되지 않을까 싶다.최영훈 일산연세마음상담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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