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서울 중구에 있는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책 '만질 수 있는 생각'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이수지 작가는 생애 첫 에세이를 펴낸 소감을 밝히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아이들하고 책을 읽다 보면 엉뚱한 소리를 많이 하는데, 그 모든 것이 굉장히 소중하다고 느낀다"라며 "어쩌면 글이 없는 그림책이기 때문에 가능하다. '독자들이 내 의도를 못 알아주면 어쩌지?'라는 생각도 들지만, 독자를 믿고 간다. 특히 어린이 독자들에게 신뢰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 작가는 2022년에 한국인 최초로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을 받았다. 이 상은 '아동문학의 노벨상'으로 불린다. '만질 수 있는 생각'은 그가 안데르센상을 받기까지 작가이자 엄마, 유학생으로서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가 담겼다. 또 그림책 작가로서의 작업 방식과 예술적 태도도 엿볼 수 있다.
에세이 작업 계기에 대해 이 작가는 "오랫동안 블로그에 글을 썼는데, 그 회사가 문을 닫으면서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디지털 세계에 있는 글들은 영원히 있을 거 같으면서도 누군가 문을 닫아버리면 사라지는 것이구나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림을 그리면서 가졌던 생각과 여러 사람과의 대화를 붙잡아서 책에 묶어 두고 싶었다"고 전했다.
책 읽는 인구가 점점 줄고 있는 상황에서 그림책 시장은 더욱 열악하다. '아이들이나 읽는 책', '소장 가치가 없는 책', '중고로 사거나 도서관에서 빌리면 되는 책'이라는 인식이 강해서다.
이에 대해 이 작가는 "그림책은 어린이들이 만나는 첫 번째 책이자 첫 번째 예술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흔히 그림책을 0세부터 100세까지 보는 책, 모든 연령의 어린이를 위한 책이라고 표현하는데, 참 좋은 표현"이라며 "그림책을 유아 카테고리 안에서 교육적 목표만으로 소비하기보다는 하나의 예술 영역으로 모든 사람이 누릴 수 있는 장르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 작가는 책의 물성에 천착하며 독서의 즐거움을 전했다. 그는 "전자책을 볼 때 아쉬움이 있다면, 책이 줄어드는 속도를 느낄 수 없다는 것"이라며 "책을 손에 쥐고 보면 책이 끝나가고 있다는 걸 손으로 감각하게 된다. 얼마 남지 않았는데도 결말이 안 나오면 마지막에 어쩌려고 하지, 라는 생각도 하게 되는데 이런 것 역시 독서의 총체적 느낌"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책 표지를 보고, 면지를 보고, 그림을 읽는 등 페이지를 넘기면서 끝으로 가는 모든 여정이 책 읽기"라며 "그걸 극대화한 게 그림책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서 이 작가는 '그림책 육아'에 대한 의견도 전했다. 그는 "그림책을 아이들에게 읽어주는 사람의 태도가 중요하다. 뭘 가르치겠다는 게 아니라 '너와 같이 이 책을 읽는 게 너무 좋아'라는 태도가 아이들에게 큰 영향을 미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