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트진로ㆍ하림, 매출액 비중 0.2%대 그쳐
국내 주요 식음료 기업들이 지난해 매출액 대비 1% 수준에도 못 미치는 금액을 연구개발(R&D)에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식음료 기업 11곳 중 9곳은 전년 대비 연구개발비를 늘렸지만, 나머지 2곳은 되레 연구개발비를 줄였다. 특히 하이트진로와 하림의 연구개발비는 각각 매출액의 0.2%, 0.23%에 그쳐 식품업계 중에서도 유독 낮았다. 신제품 개발 위해 많은 비용과 시간을 투자하는 것보다 인기 제품에 의존하는 양상이 짙어진 탓로 풀이된다.
2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주요 식음료 기업의 지난해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은 0.2~1.31% 수준으로 나타났다. 전체 매출 중 R&D 비용이 1% 넘는 곳은 주요 식품업체들 가운데 CJ제일제당과 롯데칠성음료, 풀무원 단 3곳에 불과했다.
CJ제일제당은 전체 매출 대비 1.31% 수준인 2349억 원을 연구개발비로 사용했다. 주요 식품업체들 중 가장 높은 연구개발비다. 최근 3년간 연구개발비 현황을 보면 2019년 1433억 원, 2020년 1497억 원으로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했다가 2021년 1694억 원으로 대폭 늘었다.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 비용은 2019년 1.12%에서 2020년 1.06%로 줄어든 후 2021년 1.08%로 전년도와 비슷한 수준을 기록했다. CJ제일제당 다음으로 롯데칠성음료가 지난해 연구개발비 비중이 전체 매출의 1.01%를 기록했다. 연구개발비 금액을 보면 전년 대비 23.3% 늘어난 325억 원을 썼다.
연구개발비가 가장 큰 폭으로 증가한 곳은 삼양식품이다. 삼양식품은 전년 대비 126.6% 늘어난 58억 원의 연구개발 비용으로 지출했다. 매출액 대비 0.48% 수준이다. 반면 하이트진로는 전년 대비 2.6% 늘어난 47억 원을 연구개발비용으로 썼지만, 전체 매출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0.2%)이 가장 낮았다.
풀무원은 지난해 연구개발비로 전년 대비 8% 증가한 299억 원을 들였다. 매출 대비 연구개발 비율은 1.0%로 전년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빙그레는 지난해 연구개발비로 전년 대비 13.8% 늘어난 125억 원을 지불했다. 매출 대비 연구개발 비율도 전년(0.86%) 대비 소폭 늘어 0.89%를 기록했다. 동원F&B도 14.9% 증가한 69억 원(0.35%)을 연구개발비로 지불했다. 하림은 지난해 연구개발비로 32억 원을 지출, 매출액의 0.23%에 그쳤다.
특히 오리온은 지난해 주요 식품업체 중 유일하게 연구개발 비용을 줄였다. 오리온은 지난해 연구개발비로 전년 대비 1.9% 감소한 52억 원을 들였다.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 비율은 2022년 0.56%에서 지난해 0.49%로 하락했다.
라면업계 톱3 중에선 농심이 연구개발비를 줄였다. 농심은 지난해 전년 대비 0.8% 줄어든 284억 원을 R&D에 썼는데, 매출액 대비 0.8% 수준이다. 오뚜기는 지난해 전체 매출 대비 0.63% 수준인 182억 원을 연구개발비로 썼다.
일각에선 국내 주요 식품기업들이 상품 개발을 위한 R&D 투자를 소홀히 하면서 단기적 성과에만 집착한다고 비판한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식품업계는 과거 인기를 끌었던 제품을 재출시하거나 패키지를 바꿔 리뉴얼 하는 등 새로운 제품 출시를 위한 R&D 투자에 소홀하다”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R&D 투자는 필수”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