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이 홍콩 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자율배상안을 수용하기로 하면서 나머지 은행들도 결정을 서두르고 있다. 신한은행, 하나은행, SC제일은행 등 타 은행들도 일제히 이번주 임시 이사회를 열고 홍콩 ELS 자율배상안을 논의한다. 다만, 판매 규모가 가장 큰 KB국민은행은 아직까지 임시 이사회 일정을 잡지 못하고 있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 하나은행, SC제일은행이 일제히 이번주 홍콩 ELS 자율배상안 수용 여부를 두고 논의에 들어간다. 신한은행은 이르면 오는 29일 임시 이사회를 열 계획이다. 하나은행은 27일, NH농협은행과 SC제일은행은 28일 임시 이사회를 앞두고 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이르면 이번주 말, 늦어도 다음주 초 까지는 임시 이사회를 열고 자율배상안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했다.
하나은행은 27일 임시 이사회를 개최해 홍콩 ELS 자율 배상에 대한 논의를 거칠 예정이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신속한 의사결정으로 고객 보호에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은행별 홍콩 ELS 판매 규모는 △국민은행 7조8000억 원 △신한은행 2조4000억 원 △농협은행 2조2000억 원 △하나은행 2조 원 △SC제일은행 1조2000억 원 △우리은행 400억 원 순이다.
금융당국이 연일 자율배상을 압박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은행이 선제적 자율배상에 나서면서 발등의 불이 떨어졌다.
우리은행은 22일 이사회를 열고 금감원 분쟁조정기준안을 수용해 홍콩H지수 ELS 투자자에 대한 자율조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우리은행의 자율조정 대상 ELS 금액은 415억 원 수준이다. 이르면 다음 주부터 다음달 12일에 만기(약 43억 원)가 돌아오는 가입자들과 접촉해 배상 기준과 절차에 대해 설명할 방침이다. 개별 가입자들과 협의가 마무리되면 일주일 내에 배상금을 지급할 방침이다.
다만 전체 배상비율에 대해서는 신중을 입장을 취했다. 은행권이 추산하는 우리은행의 배상규모는 100억 원에 미치지 못할 전망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타행에 앞서 이처럼 선제적으로 자율조정에 나선 것은 ELS 만기 이전에 투자자들의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투자자 보호에 나서기 위한 것"이라며 "조정비율에 대해서는 금감원이 발표한 분쟁조정기준안에 따르되, 투자자별로 고려할 요소가 많고 개별 협의를 거쳐 최종 결정될 사항인 만큼 현 단계에서 구체적으로 산출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한편, 홍콩 ELS 판매사 중 유일하게 국민은행만 자율배상과 관련한 논의 일정을 잡지 못했다. 앞서 국민은행은 지난 21일 이사회 열었지만, 홍콩 ELS에 관한 내용은 논의하지 않았다.
시중은행중 ELS 규모가 가장 커 부담으로 작용했다. 국민은행은 올 상반기 만기 도래액만 4조7000억원에 달한다. 앞서 단순 배상비율(40%)로 가정할 경우, KB국민은행이 부담해야 하는 배상액은 1조 원 육박한다. 국민은행 한 곳의 배상액이 다른 시중은행들의 전체 배상액을 웃도는 셈이다.
국민은행은 22일 주주총회 이후 임시 이사회를 열고 홍콩 ELS 관련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지만, 다소 시간은 소요될 전망이다. 타행보다 판매 건수나 규모면에서 차이를 보이고 있어 전수조사를 진행하는데만 시일이 다소 소요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타 은행의 행보에 이달 내 임시 이사회를 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현재 판매된 ELS에 대해 전수조사를 진행 중이며,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향후 보상 관련 절차를 조속히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