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에 발묶인 오피스텔 보금자리론 적용…주금공은 '선 개정, 후 조치'

입력 2024-03-21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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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사기 피해 아파트 (연합뉴스)
▲전세사기 피해 아파트 (연합뉴스)

#. 전세사기 피해자 A씨는 지난달 경매를 통해 살던 집을 셀프낙찰 받았으나 결국 낙찰을 취소했다. 낙찰을 위한 자금을 마련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전세사기 피해자를 대상으로 '전세사기 피해자 전용 디딤돌 대출'. '전세사기 피해자 보금자리론'이 운영되고 있지만 A씨는 혜택을 받지 못했다. 결국 입찰보증금 1200만 원 마저 날리게 됐다.

21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보금자리론을 주거용 오피스텔까지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국회가 개점휴업 상태에 접어들며 법 개정이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여기에 한국주택금융공사(주금공)는 법 개정이 이뤄져야만 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어 전세사기 피해자들은 자금마련 난항으로 이중고를 겪고 있다.

A씨가 전세사기 피해자를 위한 대출상품을 이용하지 못한 것은 자격조건에 사각지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오피스텔 거주자인 A씨는 주택가격 100%를 대출 받을 수 있는 보금자리론을 이용할 수 없다. 전세사기 피해자 전용 디딤돌대출은 연 7000만 원이라는 소득 요건을 충족해야 하고 DTI(총부채상환비율) 60% 또는 LTV(담보인정비율) 80% 이내로만 가능하다. 이외에도 여러 조건을 심사한 결과 A씨는 디딤돌 대출로는 주택가격의 60%까지만 대출을 받을 수 있다는 답변을 받았다. 전세사기를 당한 중에 추가 금액을 마련하긴 쉽지 않은 상황에서 결국 A씨는 낙찰을 포기해야 했다.

법적으로 오피스텔은 ‘주택과는 다른 건축물’로 분류된다. 건축법상으로는 일반업무시설, 주택법상으로는 준주택으로 분류된다. 주택을 대상으로 하는 보금자리론과 같은 주택구입 관련 정책 모기지 상품은 적용되지 않는다.

전세사기 피해자들은 오피스텔에 거주하는 전세사기 피해자를 대상으로도 보금자리론을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을 꾸준히 제기하고 있다. 오피스텔의 법적 구분이 이처럼 모호한데다 현실은 대다수가 주거용으로 쓰이고 있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상대적으로 대출조건이 까다롭고 대출금액 한도가 정해져 있는 상품에 비해 주택가격 100%를 받을 수 있는 보금자리론은 적용 범위만 개선하면 되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도 주거용 오피스텔까지 보금자리론을 적용할 수 있도록 관련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지만 난항에 부딪혔다. 국토부 관계자는 "보금자리론 적용 대상을 오피스텔까지 늘리기 위해서는 주택금융공사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이라며 "법 개정을 기다리고 있지만 국회가 열리지 않아 진전 상황을 밝힐 수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이어 "주택도시보증공사의 경우 주거용 오피스텔까지 금융지원을 하고 있어 주금공에도 전세사기 피해자에 대해서는 지원 확대를 요구했었다"며 "하지만 주금공에서는 선제적으로 법 개정이 이뤄져야만 적용 범위를 늘릴 수 있다고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금융위원회 역시 법 개정을 지지하는 상황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을 통해 주금공이 주거용 오피스텔까지 보금자리론을 적용하는 방안이 마련되는 데 대해서 긍정적인 의견을 회신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전세사기 피해자 가운데 오피스텔 거주자도 상당수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부가 21일 발표한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위원회 심의 결과를 보면 피해 주택 유형은 다세대주택이 4682건(33.4%)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오피스텔도 3113건(22.2%)에 달했다. 이어 아파트·연립(2384건), 다가구(2292건) 등이었다.

안상미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은 "전세사기 피해자 조건에 부합해 정부가 피해자로 인정했다면 기존 정책대출 상품이 아니라 전세사기 피해자를 위한 신규 정책대출을 운영했어야 한다"며 "기존 대출을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에 활용하려고 하니 정작 필요하지만 도움을 받지 못하는 사례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피해자들은 전세사기 특별법이 서둘러 개정돼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영남권전세사기피해자대책위원회는 법 개정을 요구하는 릴레이 시위를 이어오고 있다. 19일에는 경북 포항시 한 국회의원 사무실 앞에서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선구제 후회수'를 인정해 억울한 전세사기 피해자를 구제해달라"며 법 개정안 통과를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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