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 익스프레스, 테무, 쉬인 등 중국 이커머스 기업이 막강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한국 시장을 빠르게 장악하며 국내 이커머스 플랫폼 생태계를 위협하고 있다. 정부가 뒤늦게 대책 마련에 나선 가운데 전문가들은 섣부른 규제보다는 국가 안보 차원에서 토종 플랫폼의 경쟁력을 키우는 데 앞장서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박성호 한국인터넷기업협회장은 21일 여의도 FKI타워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중국 이커머스 공습, 소비자와 소상공인 보호 방안’ 세미나에서 “자국 기업을 위기로 내모는 정부의 무리한 규제 압박에서부터 중국계 이커머스 기업들의 막강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한 초저가 물량 공세까지 대내외적으로 국내 기업의 입지와 위상이 벼랑 끝에 내몰린 위기 상황”이라며 “뒤늦게라도 ‘해외 온라인 플랫폼 관련 소비자 보호 대책’이 나왔지만 국외 사업자에 대한 정책 실효성을 담보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이번 대책이 또다시 규제를 통해 플랫폼 생태계를 통제하고 억제하려는 명분 쌓기라는 우려도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박 협회장은 “정부가 섣부르게 산업 전반에 규제를 적용할 경우 피해는 소비자, 소상공인 국내 기업 모두에게 돌아올 수 있기에 다각도로 중국 이커머스 공습에 대한 대책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중국계 커머스의 플랫폼에 대한 섣부른 규제가 오히려 국내 플랫폼의 경쟁력을 악화시킬 뿐만 아니라 국가 간 통상 마찰을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연승 단국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규제는 또 다른 부메랑으로 우리 기업에 돌아올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며 “독자적인 규제는 자칫하면 해외 국가와의 통상 마찰이 발생할 여지가 있기 때문에 알리,테무 공습을 계기로 국제 규범이나 국제 공모를 적극적으로 정립하는 데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부터 플랫폼 독과점을 막기 위해 ‘플랫폼 공정경쟁 촉진법’ 제정을 추진했지만, 미국과의 통상 마찰 우려로 법안 발표를 연기했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알리, 테무가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며 오히려 광고 사업 파트너로 매출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밝혔지만, 장기적으로는 커머스사업 뿐만 아니라 광고 사업에서도 위협적인 경쟁자를 키워주는 꼴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정 교수는 “지금은 광고 측면에서 플러스라고 하지만 중장기적으로 알리와 테무의 경쟁력이 강화되면 이들이 자체적으로 광고를 비롯해 다양한 서비스를 할 수 있기에 네이버와 카카오가 경쟁자를 키워주는 꼴이 될 것”이라며 “특히 네이버 쿠팡 등 선두그룹보다 추격그룹인 11번가, 윔프, 카카오 롯데온 등은 더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플랫폼 산업도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반도체 산업과 같이 정부가 나서서 보호하고 해외 플랫폼과 경쟁할 수 있도록 토종 플랫폼의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교수는 “반도체는 경제 안보 차원에서 국가 간 경쟁이 되고 있는데 플랫폼도 마찬가지”라며 “스포트웨어에서 중심축인 플랫폼의 패권이 넘어가면 함께 넘어갈 것이 많기 때문에 국가가 경제 안보적 측면에서 지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소비자 보호를 위한 적극적 제도 개선, 우리 제조 상품의 브랜드 가치 제고, 국내 역직구 채널 활성화가 필요하며 정부차원에서 소상공인을 지원하는 해외판매대행센터 도입하고, 소비자 관련 데이터가 중국으로 넘어가지 않도록 한국에 서버를 두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