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늘어난 의과대학 정원 2000명의 각 대학별 배분을 확정지으면서 당장 올해 입시부터 변화가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입시전문가들은 서울 수도권과 지방권 모두 의대 쏠림 현상이 크게 발생할 수 있다고 짚었다.
20일 정부는 전국 40개 의대별 2025학년도 입학 정원을 발표했다. 증원분 2000명 중 82%(1639명)는 비수도권 지방 의대에, 18%(361명)를 경인 지역 의대에 배정했다. 서울 지역 의대에는 한 명도 배정하지 않았다. 이로써 내년부터 수도권 의대 정원은 1396명, 비수도권은 3662명이 된다.
입시 전문가들은 증원 규모상 의대 쏠림이 강하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상위권 이공계 학생 중 의대를 준비하는 학생들이 늘어날 수 있고, 이공계 대학생 중 반수를 고려하는 학생도 상당수 나타날 수 있는 규모”라고 평가했다.
이어 “지방권의 경우 의대 모집 정원이 수능 1등급 학생 수를 초과하는 일이 사상 최초로 발생했다”면서 “지방권에서는 1등급 학생이 아니더라도 의대에 진학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종로학원이 평가원의 전국 지역별 1등급 학생수 비율을 분석한 결과 2023학년도 수학 1등급을 받은 고3 학생들 중 지방권 학생은 3346명으로 추정된다. 이번 정부 발표에 따르면 내년부터 비수도권 의대 정원은 3662명으로 늘어난다. 결국 수학 과목 기준 1등급 학생 수가 의대 모집정원의 90% 가량밖에 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현재 비수도권 의대 정원(2023명)과 비교했을 때는 수학 1등급 학생 수가 의대 모집정원보다 1.7배 가량 많았다.
이공계 및 의예과를 제외한 의학계열 학생들의 의대 진학이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임 대표는 “현재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이공계의 전체 모집인원 4841명 중 의대에도 합격이 가능한 인원은 45.4%(2200명)으로 추정된다”면서 “의대 증원분 2000명이 적용되면 (의대에도) 합격 가능한 인원이 78.5%(3802명)으로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짚었다.
김병진 이투스 교육평가연구소장은 “2000명이라는 숫자는 다른 의학 계열 중 하나인 약학대학의 전체 모집 인원인 1676명보다 많은 숫자이고, ‘치의예·한의예·수의예(치·한·수)’ 모집 인원을 모두 합친 1874명보다 많은 숫자”라며 “상위권 종합 대학의 자연계열 모집 인원과 비교해 보면 연세대 자연계열 전체 모집 인원인 1582명보다 많은 수치다. 결국 의예 이동으로 인한 치·한·수 계의 입결 하락이 나타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번 증원으로 의대 입시 합격선이 크게 하락하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만기 유웨이교육평가연구소장은 “경기·인천 지역은 361명 증원 됐지만, 수험생 풀을 고려하면 서울과 마찬가지로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며 “서울 지역 대학 다음으로 선호도가 높기 때문에 수험생 집중을 염두에 두면 합격선 하락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비수도권 대학은 1639명이 증원되고 지역인재전형이 확대됨에 따라 합격선이 현재보다는 다소 내려갈 듯하다”면서도 “일반전형은 수도권 학생들의 지원으로 하락폭이 지역인재전형에 비해 적을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