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 상병 수사 외압 의혹’ 이종섭 호주 출국…“공무 수행”vs“해외 도피”

입력 2024-03-11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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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이란 기자 photoer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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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대사로 임명된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채 상병 수사 외압 의혹’ 사건과 관련해 출국금지가 해제된 지 이틀 만인 10일 출국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정부에 대한 전면 투쟁에 나서겠다”며 날을 세웠다.

이 전 장관은 10일 오후 7시 45분께 인천국제공항에서 호주 브리즈번행 항공편을 탑승했다. 4일 주호주 대사로 임명된 그는 ‘해벙대 채모 상병 순직사건 수사 외압 의혹’에 따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수사로 출국금지 조처가 내려진 것이 뒤늦게 알려져 논란이 일었다.

앞서 이 전 장관은 채 상병 순직 사건과 관련해 공수처에 고발돼 1월 출국금지됐다. 이 전 장관은 법무부에 출국금지 조치 이의제기를 하고 7일 공수처로부터 조사를 받았다. 조사 하루 만인 8일 법무부는 이 전 장관의 출국금지를 해제했다.

이날 이 전 대사 출국 일정이 알려지자 야당 의원들은 출국을 저지하기 위해 인천국제공항을 찾아 규탄 피케팅을 진행했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인천공항에서 이 전 장관이 출국 절차를 마무리했다는 사실을 확인한 뒤 입장 발표를 통해 “윤 대통령은 중대 범죄 혐의를 받는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을 외교관 신분으로 해외로 도피시킨 것”이라며 “(이 내정자가) 민주당 의원들이 이 자리에 지키고 선 오후 5시 이전에 들어간 것인지, 또 다른 편법을 이용해 특혜적으로 들어간 것인지 확인해보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전 장관의 대사 임명과 출입국 통과 절차 전반에 걸쳐 외교부·법무부 장관 등의 직권남용과 수사방해 등을 공수처에 형사 고발 조치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도 페이스북을 통해 “우리 편이면 출국금지도 무력화하는 행태에 공정과 상식은 어디에 있나”라고 비판했다. 그는 “자신의 부하인 박정훈 대령은 외로운 투쟁을 하고 있는데 상관이었던 전 국방부 장관이 수사를 회피해 출국한다면 대한민국 국군 장병 중 누가 상관을 신뢰하고 나라를 지키는 일에 매진하겠느냐”고 강조했다.

이 전 장관의 호주 대사 부임 소식에 현지 교민들도 반발하고 있다. 현지 교민단체 시드니촛불행동 회원 50여 명은 9일(현지시간) 시드니 평화의 소녀상 앞에서 집회를 열고 “윤 대통령은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호주 대사 임명을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집회에서 교민들은 ‘이종섭씨, 호주는 1868년 이후로 죄수 수송 안 받습니다. 집으로 돌아가세요’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항의했다.

반면 국민의힘 측은 국익을 위한 외교에 정략적 이익을 앞세운 정쟁은 결코 안 된다며 공직자로서 공무 수행을 위한 출국이라는 입장이다.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우호국 대사 임명에 있어 무한정 공석으로 둘 수 없기에 내린 결정으로 해병대 사망 사건 수사와 관련해서도 9월 고발 이후 반년이 지나도록 소환 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지만 이 전 장관이 적극 협조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밝혔다.

이 전 장관은 지난해 7월 집중호우 실종자 수색 작전을 벌이다 숨진 채 상병 순직 사고 수사와 관련해 외압을 행사한 윗선으로 지목됐다. 당시 해병대 수사단이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등 8명에게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가 있다는 내용의 조사보고서를 작성하자 이를 승인했다가 번복한 혐의 등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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