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이 나라 사람들이 한국어를 대할 때도 똑같은 생각이다. ‘좋아요, 좋았어, 좋구나, 좋습니다’ 모두가 같은 뜻이기 때문에 어떤 것을 사용해도 상관없다고 얘기해 주면 어미변화가 저렇게 다양한데 어떻게 같을 수 있냐고 되물으며 ‘한국어는 너무 어렵다’고 한다. 이처럼 서로 의사소통이 어려우니 결국 영어로 대화를 하게 된다. 하지만 내 영어실력은 초급이라 상대방에게 천천히 쉽게 얘기해달라고 요청할 때가 많다. ‘이럴 줄 알았으면 틈틈이 영어공부를 해둘 걸’ 하고 후회가 된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포르투갈이 유럽에서 영어로 의사소통하기 편한 나라 중 하나라는 것. 역사적으로 영국과 오랜 동맹을 유지하며 교류가 많았던 영향이 아닐까 싶다. 브렉시트 이전까지만 해도 포르투갈인의 국외 이주지역 1순위는 영국이었다고 한다. 글로벌 교육기업 EF(Education First)가 발표한 2023년 ‘영어능력지수’에서 포르투갈은 세계 8위에 이름을 올렸다.이 데이터는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113개 국가 및 지역에서 220만 명이 치른 테스트를 분석한 결과다.
북미나 북유럽인들의 은퇴이민 증가로 이들을 상대할 영어사용자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포르투갈 정부는 학생들의 영어능력 향상에 팔을 걷어붙였다. 일부 사립학교에서 시행하고 있는 이중언어 교육을 공립학교에 도입하기 위해 시범사업을 진행 중이다. 이중언어 교육은 포르투갈어와 영어로 수업을 진행하는 건데 특정 과목에 대해 영어몰입 교육을 하거나 영어 보조교사가 수업에 들어와 수업 내용을 영어로 설명하는 방식이다. 지난해까지 36개 학교가 참여하고 있으며 내년까지 전국 학교의 7%까지 늘리겠다는 방침이다.
중학교 때부터 이곳 학교에서 공부하고 있는 딸이 초반에 포르투갈어를 접하고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영어가 세상에서 제일 배우기 쉬운 언어”라고 얘기를 한 적이 있다. 이젠 학교 친구들과 영어도 쓰고 포르투갈어도 제법 써가며 대화를 나눈다.
나는 무엇보다 한국과 포르투갈의 영어 수업이 어떻게 다른지 궁금했다. 딸아이가 내놓은 대답은 명쾌했다. “한국에선 선생님이 한국어로 영어를 가르치는데 여기 선생님은 영어로 영어를 가르쳐.”코임브라(포르투갈)=장영환 통신원 chehot@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