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업 '하락 베팅'한 동학개미…수혜주 팔고 '탈출'

입력 2024-02-26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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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불신에 인버스 '사자'·레버리지 '팔자'
'외인 순매수세' 현대차까지 대거 순매도
미·일 증시로…"학습효과에 기대감 하락"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26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서울사무소에서 열린 ‘한국 증시 도약을 위한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 1차 세미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26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서울사무소에서 열린 ‘한국 증시 도약을 위한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 1차 세미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베일을 벗기는 날이 다가오자 개인투자자들은 국내 증시 하락장에 베팅한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들이 정부 정책의 증시 부양 효과가 크지 않다고 판단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동학개미(국내 주식에 투자하는 국내 개인투자자)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세부 방안 발표를 2주일가량 앞둔 지난 13일부터 이날까지 코스피 지수 하락률 2배를 추종하는 ‘KODEX 200선물인버스2X’를 1209억 원어치 순매수했다.

이는 지난달까지 개인이 드러낸 투심과는 정반대 흐름이다. 개인은 올해 1월 같은 종목을 3378억 원어치 순매도했다. 코스닥시장에도 지수 하락을 향한 기대는 반영됐다. 개인은 지난달 ‘KODEX 코스닥150선물인버스’를 693억 원어치 팔았지만, 지난 13일부터는 762억 원어치 샀다.

반면 국내 증시가 상승세일 때 수익을 올리는 상품은 던졌다. ‘KODEX 레버리지’는 지난달 개인 순매수액 6468억 원을 기록했지만, 이달 중순부터는 1303억 원어치 순매도로 꺾였다. 이 기간 ‘KODEX 코스닥150레버리지’도 이 기간 2534억 원어치 순매수했다가 2736억 원어치 털어냈다.

외국인 매수세가 거센 종목을 대거 정리하기도 했다. 외국인은 국내 증시에서 대표적으로 저평가된 종목이자, 시가총액 상위권을 점유한 현대차를 3615억 원어치 순매수했다.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구체적 계획이 공개된 이날도 외국인의 현대차 순매수액은 299억 원에 달했다.

그러나 개인은 ‘팔자’ 행렬을 이어가며 이날까지 현대차를 3802억 원어치 순매도했다. 이 밖에 저 주가순자산비율(PBR) 바람을 타고 급등한 삼성물산(-2226억 원), SK하이닉스(-5213억 원), 삼성전자우(-2127억 원), 기아(-1108억 원)도 줄줄이 순매도했다.

국내 증시를 향한 회의감을 드러낸 동학개미가 미국과 일본으로 떠나는 모습도 포착되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개인은 이달 들어 테슬라(3억4153만 달러)와 엔비디아(3억1820만 달러), 마이크로소프트(1억4710만 달러) 등 글로벌 빅테크 주식을 사 모았다.

미국 주식 보관금액은 지난달 646억9353만 달러에서 이달 22일 기준 711만360만 달러로 뛰었다. 일본 주식 보관금액도 337만 달러 늘어난 39억65만 달러로 오름세다. 국내 증시에서 흘러나온 개인 자금이 상당 부분 미국과 일본 증시에 투입된 것으로 추정된다.

동학개미의 ‘청개구리 투자’와 해외 증시 이탈은 정책 실효성에 의구심을 표출한 결과로 분석된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외국인과 비교해 개인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기대감이 낮았던 것으로 보인다”며 “국내 증시가 우상향한 경험이 없는 데다, 과거 유사 사례 학습 효과로 정부를 향한 개인의 신뢰가 떨어진 상태일 수 있다”고 말했다.

2014년 정부는 기업소득 환류세제 등이 담긴 증시 배당 확대 정책을 내놓은 바 있다. 주주환원을 통한 증시 부양이라는 점에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과 유사한 측면이 있었다. 그해 증시는 기업소득 환류세제 도입을 선언한 3분기에만 잠시 상승세를 타다 가라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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