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원 효과 중소형주서↑…바닥 3000포인트 가능"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성패는 꾸준한 주주환원을 통한 저 주가순자산비율(PBR) 개선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주주환원 없이 PBR을 끌어올린 기업의 주가는 다시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이다. 주주환원 활성화로 밸류업 프로그램이 순항할 경우, 한국 증시 하단이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도 제시됐다.
김기백 한국투자신탁운용 중소가치팀 팀장은 22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주주환원 시대, 한국 주식시장의 변화’ 세미나에서 “저PBR 기업은 주주에게 수익 분배를 제대로 하지 않았기 때문에 저평가받은 것”이라며 “주주들과의 수익 계산을 제대로 할 주주환원을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해야 저평가가 해소될 수 있다”고 밝혔다.
불투명한 기업 지배구조로 주주환원 비율이 낮아지는 것이 저PBR 유발과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핵심 요인이라는 의미다. 김 팀장은 “주주환원을 해줄 수 있는 저 PBR 기업이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주인공”이라며 “주주환원을 못 하는 회사들은 주가가 제자리로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기업 지배구조 평가 지표인 GCI(Global Competitiveness Index) 집계 결과, 한국은 전체 140개국 중 100위권 밖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금배당과 자사주 매입 액수를 합쳐 순이익으로 나눈 주주환원율도 45개국 중 최하위권이다. 김 팀장은 “주주권익을 지키지 못하는 시장이라 재평가받을 수 없다는 것”이라며 “주주에 기업 가치를 더 나누면 일본증시보다 저렴한 한국 증시의 밸류업 효과는 훨씬 클 전망”이라고 짚었다.
김 팀장은 주주환원 효과가 대형주보다 중소형주에서 극대화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그는 “주주환원은 섹터 불문이지만, 대형주보다는 중소형주가 더 큰 수혜를 입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국내에서 저PBR 비중은 소형주에 집중돼 있는데, 소형주 가치 훼손이 가장 많이 일어났다는 뜻”이라고 언급했다.
경영진 세대교체 측면에서도 중소형주 주주환원 효과는 기대할만하다고 김 팀장은 봤다. 그는 “대기업 대부분은 지주사 체제를 완료했지만, 중견·중소기업은 세대교체가 거의 안 돼 있다”며 “세금 이슈로 2세 경영자 지분율이 낮아질 수밖에 없어 경영권을 확보하려면 지분율을 높여야 하는데, 돈 한 푼 안 쓰고 지분율을 높일 방법은 자사주 매입·소각뿐”이라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성공하면 한국 증시 지수 하단의 상향 압력이 높아질 것이라고 김 팀장은 전망했다. 그는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해소된다면 지수 자체에 큰 레벨업이 있을 것”이라며 “상단이 아닌 하단을 높이는 형태가 될 것이며, 예를 들면 하단 3000포인트 정도가 우리 지수 하단을 받치는 지점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배주주와 일반주주 이해관계가 불일치하는 문제는 행동주의 펀드에 이어 소액 주주 중심 주주연대 강화를 부르며 기업을 자극하고 있다”며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수많은 제도적 개선 중 하나이듯, 배당 절차 선진화와 같은 정부 주도 변화가 맞물려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해소되면 그 위로 가는 것은 기업 성장과 이익의 질에 달릴 것”이라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