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확대 추진에 반발한 의대생 8000여명이 휴학계를 제출했다. 전체 의대생에 절반에 가깝다. 전공의 집단 사직과 근무지 이탈에 이어 의대생 동맹휴학이 현실화해 의료 대란이 더 심각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21일 교육부에 따르면 전날 오후 6시 기준 전국 40개 의대 중 27개교에서 7620명의 의대생이 휴학 신청을 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로써 휴학 신청을 한 의대생은 모두 8753명으로 늘었다. 2023 교육통계에 따르면 의대 재학생은 1만8820명으로 이중 약 46.5%가 휴학을 신청한 것이다.
이화여대, 동국대, 경상국립대, 부산대, 전남대, 조선대 등에서 의대생들이 집단 휴학계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부에 따르면 전날 휴학계를 신청한 학생 가운데 총 6개교 30명이 휴학 허가를 받았다. 각 학교는 군 입대, 유급·미수료, 사회 경험, 건강 등 학칙에 따른 요건과 절차를 준수한 신청만 휴학을 허가해줬다.
의대생 단체인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의대협)은 15일과 16일 잇따라 긴급회의를 열어 전국 40개 의대 학생이 동맹휴학을 하거나 이에 준하는 단체행동에 나서기로 했다. 20일은 전국 의대생들이 집단으로 휴학계를 제출하는 단체행동을 하기로 결의한 날이었다.
각 의대는 학사 일정에 차질을 빚고 있다. 학생들이 집단으로 휴학계를 제출한 의대는 학사 일정을 미루고 학생·학부모에게 휴학계 철회를 설득하고 있다. 휴학계를 제출하지 않은 의대생 사이에서도 수업 거부 등 단체행동 움직임이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전날 3개교에서 수업 거부가 확인됐다.
의대생 대표들은 전날 발표한 공동 성명서에서 “정부는 3000명에서 5000명으로 정원을 확대하고 의사를 날림으로 배출하려 한다”며 “환자는 날림으로 배출된 의사의 진료와 치료를 원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교육부는 학생은 잠자코 공부나 하라며 단 한 차례도 학생과 소통하지 않았다. 정부는 경찰을 투입해 학교 측에 학생 대표들의 전화번호를 요구한다”고 했다.
이들은 “군사독재정권 시대를 연상케 하는 정부의 비민주적 조치와 강압적 명령이 2024년 오늘 실시간으로 일어나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정부에 의대 정원 증원 정책 등을 철회하고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의대협), 의대생과 소통할 창구를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교육부는 의대생들은 동맹휴학은 대학 학칙상 휴학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대부분 의대는 휴학 허가를 내주려면 학부모와 학과장 동의가 필요하므로, 절차를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학사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은 대학에 대해서는 교육부가 고등교육법에 따라 시정명령 등 행정조치를 할 수 있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 19일 전국 40개 의대를 운영 중인 대학 총장들과 긴급회의에서 법과 원칙에 따라 학사 관리를 해달라고 했다. 교육부는 ‘의대 상황대책반’을 구성하고 매일 의대생들의 단체행동 현황을 파악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