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가 브랜드 얼굴인 광고 모델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최근 카타르 아시안컵 이후 벌어진 이른바 '탁구 게이트' 사건 여파로 축구 선수 이강인을 광고 모델로 기용한 치킨 프랜차이즈 '아라치 치킨'은 모델 리스크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반면 손흥민 선수를 브랜드 모델로 발탁한 '메가MGC커피'는 광고 효과를 톡톡히 보며 쾌재를 불렀다.
2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손흥민을 모델로 기용한 메가MGC커피는 '손흥민 선수 효과'를 톡톡하게 보고 있다.
한국 대표팀이 호주와의 8강전을 치른 이후부터 메가MGC커피 아르바이트생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구 트위터) 등을 통해 주문이 쏟아지고 있다고 호소했다. 조별리그 1차 바레인전부터 손흥민이 골을 넣을 때마다 메가커피가 시즌 신메뉴 무료 음료 쿠폰을 선착순으로 제공하자 소비자들이 몰려든 것이다. 또한 메가MGC 커피의 딸기 시즌 음료도 '손흥민 브랜드 파워'가 더해지면서 출시 26일 만에 누적 147만 잔을 돌파했다.
반면 이강인을 모델로 기용한 유통업체들은 잇따라 관련 광고를 내리고 있다. 아라치 치킨은 현재 공식 홈페이지에서 이강인의 광고 영상을 삭제한 상태이며, 이달 말 계약이 종료되는 이강인과 재계약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강인의 소속팀인 파리 생제르망(PSG)과 공식 파트너십을 체결한 파리바게뜨도 일부 점포에서 이강인 사진이 담긴 관련 포스터를 철거했다.
이처럼 유명인을 자사 전속 모델로 기용했다가 예기치 못한 사건이 터져 광고를 중단한 사례가 심심치 않게 발견된다. 지난해 2월에는 배우 유아인이 불법 약물 투약 혐의를 받으면서, 그를 모델로 기용했던 무신사와 네파 등이 '유아인 지우기'에 몸살을 앓았다.
유명인 기용으로 인한 모델 리스크가 커지자 유통업계에선 버추얼(가상) 모델이 주목받고 있다. 연예인 모델과 달리 버추얼 모델은 예측하기 어려운 리스크를 관리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유리하기 때문이다.
롯데홈쇼핑의 가상 인간 '루시'가 대표적인 사례다. 루시는 롯데홈쇼핑이 자체 개발해 내놓은 가상 인간으로, 17만 명 이상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팔로워를 보유한 가상 인간 인플루언서다. 2021년 2월부터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해 TV 홈쇼핑 방송 쇼호스트, 브랜드 협업 광고 모델, 라이브커머스 진행 등을 맡아왔다.
LF도 버추얼 패션 모델 ‘나온(NAON)’을 공식 앰버서더로 발탁, LF몰 내 나온 연계 콘텐츠를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 4월 첫 선보인 버추얼 모델 나온은 LF의 패션 모티브를 담은 '패션 콘텐츠 특화 모델'로 기획됐다. LF몰의 브랜드뿐 아니라 다양한 브랜드와의 협업을 통해 패션 및 라이프스타일 카테고리 전반에서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앞으로 가상 인플루언서가 다양한 분야에서 자유롭게 활용되면서 인쇄광고나 옥외광고 등에서 활동하던 실제 모델들은 가상인간으로 대체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